"성매매법? 괜찮아, 경찰이 다 봐줘"

원문(사진)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271642

"성매매법? 괜찮아, 경찰이 다 봐줘"

[오마이뉴스 2005-08-01 16:14]

지난해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하월곡동 및 청량리 등 전국의 집창촌은 쇠퇴하고 있지만 음지에서는 여전히 경찰의 눈을 피해 성매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경찰의 성매매 100일 집중단속기간(2005년 7월 4일 ~ 10월 11일) 기간인 7월 29일, 서울역 인근 주택가에서 목격한 성매매 현장을 고발한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오마이뉴스 최윤석 기자]

▲ 성매매 알선 호객행위를 하기 위해 서울역 앞에 서있는 한 호객꾼(원안)

ⓒ2005 최윤석

▲ 서울역 앞을 지나는 한 남자가 호객꾼의 성매매 제안을 뿌리치며 걸어가고 있다.

ⓒ2005 최윤석

7월 29일 밤 11시. 서울역 앞으로 40·50대로 보이는 중년 여성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울역에서 지하철 4호선 입구 방면의 길가에 모여든 사람들은 족히 20명이 넘어보였다.

이들은 곧바로 서울역 앞을 지나가거나 역에서 나와 귀갓길을 재촉하는 남성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호객꾼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갈 길을 재촉하는 한 시민에게 다가가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며 물었다.

"저들이 무엇을 제안한 건가?"

"아가씨랑 연애 한번 하고 가란다. 연애라는 게 아가씨들한테 돈 주고 성매매를 하라는 거 아니냐."

그는 한마디만 던진 채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사이 또 다른 두 명의 남자 일행은 호객꾼의 제안을 받아들인 듯, 중년여성을 따라 차가 달리는 대로를 가로질러 남대문경찰서 뒤편 주택가 쪽으로 사라졌다.

▲ 성매매 알선 호객꾼을 따라가는 남자들. 왼쪽편에 보이는 호객꾼은 서울역쪽으로 오기위해 길을 건너고 있다.

ⓒ2005 최윤석

▲ 호객꾼과 두명의 남자들이 사라진 주택가 입구

ⓒ2005 최윤석

이들을 쫓기 위해 지하보도를 건너 남대문 경찰서 옆 횡단보도에 이르자 이곳에도 3명의 호객꾼들이 모여 있었다. 이 중 한명이 다가왔다.

"아가씨랑 연애 한 번 하고 가요."

"지금은 성매매 집중단속기간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겁나는데…."

"괜찮아요. 경찰이 다 봐줘요. 청량리, 미아리 같은 곳이나 심하게 단속하지, 이곳은 경찰이 빨리 돈 벌어서 나가라고 그냥 봐줘요."

"경찰이 봐준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남대문 경찰서랑 여기 포주들하고 약속했어요. 이 곳이 조만간 철거 되는데 그 전까지만 빨리 돈 벌어서 조용히 나가라고. 그 때까진 경찰이 단속 안한다고요."

호객꾼이 던진 의미심장한 말

▲ 서울역앞에 모여있는 성매매 알선 호객꾼들

ⓒ2005 최윤석

▲ 한 호객꾼이 남자를 데리고 남대문경찰서 뒷편 주택가로 걸어가고 있다.

ⓒ2005 최윤석

그는 내가 계속해서 단속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자 "내가 책임질테니 가자"며 "단속에 걸려 벌금 100만원이든 200만원이든 나오면 내가 다 내줄테니 걱정 말라"고 장담했다.

내가 호객꾼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여러 명의 호객꾼들이 남자들을 이끌고 대로변을 무단횡단 해 남대문 경찰서 옆 골목길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겁이 나서 도저히 안되겠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빠져나와 호객꾼과 남성들이 사라진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길에 접어들자 이곳에도 10여명의 호객꾼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연신 "아가씨랑 놀다가라"고 유혹했다.

다시 서울역 앞으로 되돌아오자 이 일대에서 6개월가량 일하고 있다는 한 호객꾼이 다가와 "아가씨 있다"며 성매매를 제안했다. "요즘 집중단속기간 아니냐"는 물음에 역시 "그런 거 다 풀렸으니깐 우리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다른 손님들은 다 가는데 왜 그러냐?"고 반문했다.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우리가 경찰서 앞에서 손님을 데리고 가도 경찰이 가만히 있는 이유는 조건이 있어서 그렇다"는 것.

"남산공원 올라가는 뒤편은 완전히 다 헐렸고 이제 뒤쪽만 몇 군데 남았는데, 이곳 포주들이 밀고 나가니깐 경찰서에서 '그럼 좋다, 올여름까지만 딱 하고 겨울이 돌아오면 비워줘라, 그 대신 단속은 안하겠다. 손님 데리고 가는 거 봐도 터치 안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117신고센터에 신고했더니

▲ 한 호객꾼이 서울역앞을 지나는 한 남자에게 다가가 성매매 알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2005 최윤석

기자는 30일 0시36분경 경찰청이 성매매 피해여성을 긴급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117 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지금 서울역 앞에서 성매매 알선 호객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신고했다.

전화를 받은 '117신고센터' 관계자는 "손을 이용한 유사성행위가 법원에서 무죄판결(7월 21일)을 받은 만큼 성매매 알선 호객행위를 단속하기 어렵다"며 "검찰청에서 성매매 알선 호객행위는 단속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접수하여 앞으로의 단속 계획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뒤 "서울역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매매 호객행위를 취재 중"이라고 말하며 "신고가 들어와도 단속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다시 물었다. 신고센터 관계자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관할경찰서에 통보해 단속하라고 지시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신고전화 후 약 15분이 지나자 경찰 2명이 도착해 서울역 입구 주변을 순찰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순찰하는 것을 본 호객꾼들은 먼발치에 서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경찰의 행동을 주시했다.

순찰에 나선 한 경찰관은 "성매매 알선 호객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신고가 있어서 이곳으로 출동했다"며 "(시민들이) 호객행위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고하거나 현장에서 증거를 잡아야 하는데 그 순간을 잡기가 힘들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관들이 무전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호객꾼들은 곧바로 영업활동을 재개했다.

▲ 서울역 앞에서 성매매 알선 호객행위를 벌이고 있는 호객꾼들 (사진 왼편의 남자는 본기사와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2005 최윤석

새벽 1시30분. 서울역에 도착해 귀갓길을 재촉하던 한 회사원은 "회사업무 상 지방출장이 잦아 밤늦게 혹은 새벽녘쯤 서울역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호객꾼들이 성매매를 부추겨 짜증이 난다"며 "호객꾼들이 달라붙어 같이 걷다보면 주변의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봐 정말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시켜 놓고 호객꾼들은 왜 단속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것.

"경찰이 단속하는 것을 본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경찰차가 택시승차장 주변에 서있는 건 몇 번 봤지만 경찰관들이 직접 호객꾼들을 단속하는 건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차는 서울역 인근을 계속 순찰하였지만 호객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성매매 호객행위 벌였으며 이들의 호객행위는 이른 새벽까지 계속됐다.

그래도 호객행위는 계속된다

▲ 한 호객꾼이 서울역앞을 지나는 남자일행들에게 접근하며 성매매를 제안하고 있다.

ⓒ2005 최윤석

한편 남대문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3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남대문경찰서와 포주들 사이에 조건부 약속이 있었다'는 호객꾼들의 주장에 대해 묻자 "경찰이 어떻게 그런 약속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전혀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 "남대문경찰서 바로 뒤편 주택가에서 수십 년째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냐"고 거듭 묻자 "이곳에서 장기간에 걸쳐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역은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싼 값에 방을 얻어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며 "불법적인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강력한 단속을 펼쳐 생매매 근절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윤석 기자

-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