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다방 여중생의 지옥같은 4개월… “걷지도 못하는데 하루 9명 성매매 강요”

티켓다방 여중생의 지옥같은 4개월… “걷지도 못하는데 하루 9명 성매매 강요”

2005-07-11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화장실 가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계속 손님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티켓다방에 고용돼 4개월 만에 몸과 마음을 모두 망가뜨린 한 여중생의 사연이 주변을 울리고 있다. 정부가 청소년 성매매 등 유해환경 차단을 위한 ‘청소년 보호 종합대책’을 시행하면서 1차로 티켓다방을 일소하겠다고 공언한 지 불과 2년 만에 빚어진 현실이다.

여중생 은정(14·가명)이는 지난 2월 초 또래 친구와 함께 가출했다. 은정이의 부모는 은정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지난 2003년 가정불화로 잦은 다툼 끝에 이혼했다. 친구와 함께 PC방을 전전하던 은정이는 가출 3일 만에 돈이 떨어져 갈 곳이 없었다. 그때 친구가 반가운 제안을 해왔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경남 통영에 있는 다방 업주를 알게 됐는데 숙식도 제공하고 월급도 줄 테니 일을 하고 싶으면 금방이라도 찾아오라고 했다는 것.

손님에게 차나 팔고 청소 같은 허드렛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통영의 이 업소를 찾은 은정이에게 업주는 첫날부터 ‘2차’를 나갈 것을 강요했다. 거부하며 돌아가려 하는 은정이에게 업주는 “택시비 7만원을 갚기 전에는 보내 줄 수 없다”며 위협했다.

‘A다방 4번 21세 미스 하’가 된 은정이는 아버지뻘인 낯선 손님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업주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계약서는 숙식비 명목으로 하루 18만원의 ‘사납금’을 채우도록 하고 그 이상의 수입에 한해 업주와 종업원이 7:3으로 나눠가진다는 말 그대로 ‘노비 문서’였다.

하루 매상 18만원을 채우지 못하면 부족분은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았다. 수익금도 다방홍보비,지각비 등 각종 명목으로 툭하면 떼였다.
생리일에까지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등 하루 9명까지 손님을 맞으며 몸을 혹사당한 은정이는 다방생활 4달 만에 몸이 이상해진 것을 느꼈다. 몸에 종기가 돋기 시작하면서 어느날부터는 통증 때문에 소변을 보기도 힘들어진 것이다. “도망가려고 꾀병 부린다”며 은정이의 호소를 무시하던 업주는 뒤늦게 병원으로 보내 성병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은정이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후에도 하루도 쉬지 못하고 밤마다 계속 손님을 받던 은정이는 결국 병이 악화돼 감염 부위에서 심한 악취까지 났다. 은정이를 찾는 손님들이 뜸해지자 업주는 “집에 가서 치료해 돌아오라”며 은정이를 지난달 초 부산으로 돌려보냈다. 매일 전화해서 확인할 테니 신고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협박도 함께였다.

은정이가 성병을 앓는데다 사람 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은정이의 이모는 그간의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는 업주를 경찰에 신고했다.

은정이는 이후 4번이나 더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병이 완쾌돼지 않았다.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한데다 감염 이후에도 계속된 성관계로 병이 악화돼 몇차례 더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사의 설명이었다.

“악몽 같은 기억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요.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자신도 없고요.”

한편 부산 강서경찰서는 11일 은정이 등 미성년자를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하고 수천만원대의 화대를 가로챈 혐의(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이모(28)씨를 구속했다.
쿠키뉴스제휴사/부산일보 박태우기자 wideneye@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