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언니작업장은

 

20~40년 동안 일하고 생활해온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가 재개발로 폐쇄되며 일터와 삶터를 잃은 여성들과, 청량리를 현장으로 현장지원센터와 상담소를 운영했던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이 함께 꾸렸습니다. 불량언니들의 삶을 관통하는 젠더화된 빈곤에 대한 문제의식을 붙들고, 여섯 불량언니들의 존재와 경험을 발화하며 사회적 자원과 연결을 확장하는 공간이고자 합니다.

 

거친 손으로 코바늘 쥐고 레몬을 썰고 비누 베이스를 녹입니다. 난생 처음 보는 콩나물을 배워가며 노래도 불러요. 불량언니들의 삶을 담아 전달하고 후원금을 받고, 언니들을 향하는 응원과 연대의 마음을 담아 후원금을 전달합니다. 우리의 속도에 맞춰 하나하나 만듭니다. 우리의 속도와 제품이 ‘불량’하다 할지언정 우리는 ‘불량’하게 잘 살아왔고, 당신도 같이 ‘불량’하게 잘 살아보자 말하고 싶습니다. 이 ‘불량’한 과정에 함께하시죠?

2016년 :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폐쇄

 

2016년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가 재개발로 인한 폐쇄 과정에 올랐습니다. 다른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 및 재개발 과정에서 전해 들었던, 집결지에서의 삶이 타의적으로 뿌리 뽑힌 여성들이 겪는 깊은 우울감은 청량리 여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매매 집결지는 사회적으로 격리된 공간이었기에 그 공간에서의 경험은 집결지 내부로만 고인 채 바깥으로 발화되지 못했고 폭력, 착취가 자신의 생활터전이자 일터의 기본 전제였던 여성들의 삶은 우울과 상실, 배제감을 배태한 삶이기도 했습니다. ‘여기 말고는 갈 곳이 없다.’는 일종의 절망을 붙들고 버티던 여성들에게 여성의 목소리와 삶을 외면한 재개발 과정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직면하도록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2017년 : 청량리반상회의 시작

 

이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청량리 집결지가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재개발되면서 그 공간에서 만나온 여성들과 또 어떤 경로를 만들어나갈지를 고민하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시간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2017년, 꾸준히 연락을 하던 여성들에게 ‘같이 밥 먹으며 함께 생각해보자’고 식사 모임을 제안했고, 매달 한번씩 청량리 반상회를 가지고, 그 해 세 번의 여행을 함께 다녀왔습니다.

 

2018-2019년 : 무엇이든 해보자! 불량언니작업장의 시작

 

2018년, 불량언니 작업장은 “손뜨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한 여성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어떻게든 같이 만나자, 그래서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혼자 지금을 버티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색해보자, ‘성매매’로 제한되고 격리되었던 일상의 가능성을 확장해보자는 기치를 토대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2018-2019년 두 해 동안 뜨개를 뜨고, 천연화장품을 만들고, 과일청을 담갔고, 물품을 판매하여 여성들에게 수익금을 전했어요. 불량언니작업장과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중장년 성매매여성 이슈를 알리기 위해 연대의 자리들을 여기저기 찾아다녔습니다.

 

두 해 동안 물품을 만들고, 연대의 자리에서 판매를 하고, 판매 수익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업장을 운영하며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겪었습니다. 같이 배우고 만든 물품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귀했습니다. 직접 만든 물품을 전달하고 연대의 의미가 담긴 판매 수익금을 여성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성매매 집결지 밖 사람들, 불량언니들을 향하는 응원, 중장년 성판매 여성들의 삶을 관통하는 젠더화된 빈곤문제를 향한 사회적 관심과 불량언니들을 연결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빠른 속도와 경쟁체제에서 불량언니작업장 물품의 가치는 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현물화’되기 어렵고, 이룸의 여력만큼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으로는 생활이 가능한 수익을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더 많은 수익금을 위해 사업장으로서 확장하기엔, 대량생산이 가능한 시스템과 근대적 노동방식을 개개인의 몸에 훈육하는 방식이 불량언니 작업장과 이룸이 지향하는 가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국가지원을 통한 운영을 모색하기엔 한국의 사회복지체계가 안고 있는 모순에 부딪혔습니다. 한국의 사회복지제도는 현 사회가 요구하는 노동조건과 환경에 맞게 신체를 훈육하여 ‘근로자’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면 인간다운 생활을 가능하게 할 만한 자원을 제공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제공하면서 그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노동 수익이 발생하면 ‘중복수급’이라는 이름으로 수급비를 깎습니다. 현재 성매매피해지원체계 역시 이와 동일한 한계를 지닌 채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불량언니작업장의 언니들은 필요와 욕구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2020년 : ‘서울시 중.노령층 등 사각지대 성매매여성 사회적응 프로그램’ 운영

 

2020년, 이룸을 포함한 서울시 성매매 집결지 대책 회의의 요구를 통해 “서울시 중‧노령층 등 사각지대 성매매여성 사회적응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재원이 마련되었습니다. 중요하게 요구했던 기초생활수급비와의 중복지급 허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생활수준을 보전해주는 것이 아닌 참여한 시간만큼 최저시급에 준하는 활동비를 지급하는 제도의 골자는 한계가 있었으나, 여성들에게 확보된 자원이 돌아가게 하고 불량언니작업장과 문제의식을 이어가기 위해, 2020년 한해 동안 “서울시 중‧노령층 등 사각지대 성매매여성 사회적응 프로그램“의 재원으로 불량언니작업장을 운영하였습니다. 그러나 불량언니작업장 여성들의 상황과 맞지 않는 제도와의 버거움을 느끼며 다시, 안정적 재원없이 운영을 하던 불량언니작업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2021년 : 이룸과 불량언니작업장의 길을 찾아가 보자!

 

사업장도 아니고 국가지원을 받는 센터도 아닌, 현 사회의 수익창출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안고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여성들에게 수익금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여성들에게 사회적 자원이 돌아가야 하지만 제도화된 정책으로는 포섭될 수 없는, 여러 갈래의 틈새에서 이룸만의 길을 찾아가 보려합니다. 여전히 정답은 모르겠지만, 여섯 불량언니들의 삶을 관통하는 젠더화된 빈곤, 이윤을 착복하고 여성 빈곤을 공고히 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붙들고, 여섯 불량언니들의 존재와 경험을 발화하며 사회적 자원과 연결을 확장하는 공간으로 지속되고자 길을 찾아가 보려 합니다.

 

불량언니들은 반백년 넘는 인생의 고비를 굽이굽이 넘을 때면 눈물도 많았지만 흥도 넘쳤어요. 청량리 폐쇄와 그 이후의 삶이라는 고비를 또 힘차게 넘어볼 생각입니다. 거친 손으로 코바늘 쥐고 레몬을 썰고 비누 베이스를 녹입니다. 난생 처음 보는 콩나물을 배워가며 노래도 불러요. 우리의 속도에 맞춰 하나하나 만듭니다. 우리의 속도와 제품이 ‘불량’하다 할지언정 우리는 ‘불량’하게 잘 살아왔고, 당신도 같이 ‘불량’하게 잘 살아보자 말하고 싶습니다. 이 ‘불량’한 과정에 함께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