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감추는 욕망, 욕망을 만드는 도시
2019 이룸 영화제는 다양한 위치의 개인들이 현재 한국 성산업 현장을 직면하며 그 공간과 권력관계를 중층적으로 읽을 수 있는 방식을 진지하게 또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관객들이 나와 주변인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부장제 자본과 국가의 지배를 감지하고 이를 도시 곳곳 구체적인 성산업들과 연결지어 이해할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나아가 이 힘이 각자가 거주하며 투쟁하는 작고 큰 공동체를 성찰하고 여성에게 성매매가 아닌 삶의 선택지가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낼 더 큰 힘으로 번졌으면 합니다. 이룸이 활동에서 길어올린 문제의식을 열쇳말 그리고 길잡이로 삼아 주십시오. 이룸 영화제가 성매매 현장에서의 페미니스트 정치에 적극적으로 감응하고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섹션 1. 새로운 배치 : 성매매에 대해 말하지 않기
한국 사회는 ‘성매매여성’ 이라는 범주를 구획해 낙인과 처벌의 폭격을 퍼부어 왔다. 심문 당해야 할 것은 여성이 아니라 가부장제 국가와 자본의 엔진이다. 어둡고도 따뜻한 목소리로 내가 살아온 경험을 말할 때 그 속에서 교직되어 모습을 드러내는 연대가 있을 것이다. 성역할에 입각해 밀려나 싸워야 했던 자리에 이종의 뿌리를 내리고 그곳에서 보이는 것들을 당파적인 입장에서 말한다. 그 자리에서 번져 겹쳐가는 영토를 국적 삼아 ‘성매매여성’ 으로만 이야기되어온 배치를 뒤집는다. 말해져야 할 것은 여성의 빈곤, 노동, 삶의 자원이다. 그리하여 이제 빈곤은, 성의 착취라는 심급과 함께 이야기되어 마땅하다.
섹션 2. 한국, 아시아, 성산업 : 젠더화된 빈곤의 풍경
이 섹션에서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기지촌인 이태원 ‘후커힐’ 을 비롯하여 군산 ‘아메리칸 타운’ , 필리핀 수빅 만의 대표 도시 올롱가포 지역에서 가시화되지 않았던 여성들의 목소리, 삶, 사건들에 주목한다. 우리는 다큐 속 군사주의와 재개발, 트랜스젠더/이주/노년여성을 둘러싼 풍경과 사건들이 다른 시간과 장소임에도 상호 연결되고 중첩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울과 황망함에 깊이 침전하며, 그로부터 몸을 일으켜 여성들을 지역과 국경을 가로질러 이동, 집결, 정박, 사라지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