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3주년‥성과와 한계는

<성매매방지법 3주년‥성과와 한계는>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09-18 14:50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성매매방지법이 오는 23일로 시행 3주년을 맞는다.

성매매 피해 여성 보호와 성매매 알선ㆍ구매자 처벌을 골자로 하는 이 법은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피해자에 대한 국가적인 보호ㆍ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법망을 피한 변종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일각에서는 성매매 구매자까지 처벌하는 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 6월에는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세계각국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에서 한국 남성들이 미성년자들과의 성매매를 위해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부끄러운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3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한계, 나아가야할 방향 등을 짚어본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체제 구축 =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과 더불어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국가적인 보호.지원 시스템이 마련된 것은 여성가족부와 여성계가 법 시행의 성과로 꼽는 부분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전인 2003년에는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을 위한 상담소나 쉼터가 36곳에 불과했는데 2007년 9월 현재에는 전국 95곳에 달한다"면서 "2005년 이후 성매매 피해자의 보호와 지원을 위해 투입된 예산만 580여억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05년 이후 취업과 창업, 대학진학에 성공한 성매매 피해 여성도 1천100여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과거 문제제기나 언급 자체를 터부시 했던 성매매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는 것도 성과로 꼽힌다.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단체인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은 "예전에도 노래방이나 안마시술소 등에서의 성매매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문제가 덮여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뒤에서는 즐기고 겉으로는 아닌 척 했던 성매매의 현실이 법의 제정으로 드러난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취업 성공이 자활 성공인가" = 성매매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현장 활동가들은 법과 현실 간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성매매 여성의 자활 부분에서는 그간 경제적인 부분에 집중돼온 자활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단순히 자격증 취득이나 취업을 자활 성공의 기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성매매 피해자의 자활 문제에 비해 성 구매자의 '구매 의욕'에 대한 문제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한계점이라고 여성계는 입을 모았다.

'성매매=범죄'라는 인식의 정착을 '성과'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소장은 "성매매가 범죄이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인권 침해이고 폭력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사지 업소나 휴게텔 등 변종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에 대한 행정 처분 근거를 마련하는 법률도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이들 업소는 신고ㆍ허가 업종이 아닌 자유업종으로 행정처분이 불가능한 상태다.

대통합민주신당 홍미영 의원이 지난 9일 성매매 행위가 빈발하는 자유업종에도 행정처분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성매매알선 적발업소 규제법'을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까지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

◇"성구매자 인식 개선 필요" = 성매매방지법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성 구매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여성계는 지적한다.

또 여전히 성접대 문화가 만연한 남성 사회 내부에서 비판과 자성의 움직임이 있어야 하고, 성매매 피해 여성의 자활에 대해서도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날을여는청소녀쉼터 김선옥 대표는 "성구매자가 없어지면 포주도, 피해를 입는 여성도 없을 것"이라면서 "법 제정은 소극적인 방법이다. 남성들이 성을 구매하지 않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성계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3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라고 하거나 법의 효용성을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태도'라고 경계했다.

허나윤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정책홍보팀장은 "지난 3년 간 구축해온 시스템이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지속적인 지원 등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성매매가 없어지지 않으니 법이 효과가 없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성공적으로 사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김선옥 대표도 "성매매가 언제부터 있어왔던 문제인데 법 시행 3년 만에 없어지겠느냐. 피해 여성 자활 또한 이들의 삶을 온전하게 바꾸기 위해 3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은데 이를 평가하려 드는 사회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nan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