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23일 시행…‘미아리’ 마담 대책회의 ..조선

성매매특별법 23일 시행…‘미아리’ 마담 대책회의

[조선일보 2004-09-19 18:20]

“걸리면 쑥대밭 돼! 아가씨 말썽 없게 밥도 자주 사주고…”
[조선일보 이용수 기자] 18일 오후 6시. 속칭 ‘미아리 텍사스’라고 불리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이곳 ‘자율정화위원회’ 사무실에서 일명 ‘마담 회의’가 열렸다. ‘마담’이란 여성 종업원(손님을 직접 상대하는 아가씨)을 관리하고 가게 살림살이를 맡는 여성들을 뜻한다. 정화위원회 회장이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5일 앞두고 마련한 자리였다. 평균 40대인 아줌마들 70여명이 모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장이 당부했다. “일하고 있어라. 동요하지 말고. 종업원과 트러블 생기지 않게 하라. 마담-종업원-주인, 이 삼각체제가 잘 돼 있어야 한다. 주인은 걸리면 ‘니가 시켰지, 내가 시켰냐’ 하고 나올 수 있다. 두려운 것은 단속이 시작되면 누군가 타깃이 된다는 것이다. 미아리가 변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여기서 ‘주인’은 윤락 장소를 제공하면서 마담과 종업원에게 임금을 주는 가게 주인, 일명 ‘포주’를 말한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면 종업원이 성매매 알선을 신고할 경우 주인과 마담이 철퇴를 맞는다)

마담 한 명이 물었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것은 우리이지만 책임은 주인 아닌가? 얘들도 주인 식구인데, 무조건 마담한테만 책임을 전가하면 어떻게 하나.”

“법이 시행됐을 때를 예측한 것이다. 현행 법도 벌금이 최고 2000만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100만~300만원 때렸다. 경기가 안 좋으니까 다 감안하는 거다. 강화된 법도 그대로 적용 안 할 것이다. 하지만 미성년자, 감금, 임금 체불… 이런 거 절대 하지 마라. 미아리 전체가 쑥대밭이 된다.” 회장이 말했다. “선불금 안 된다. (지금도) 아가씨에게 떼인 돈이 미아리에서만 1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가 있다. (떼먹고 도망가는 종업원이) 걸리면 이제 다 죽는다.”(법은 선급금을 채무로 인정 안 함)

다시 마담이 “손님을 밖에 나가 잡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일명 ‘삐끼’ 행위를 물은 것이다. 회장은 “당장 ‘문 닫어’가 아니다. 2007년에 없앤다는 얘기다. 하는 날까지는 불미스런 일이 없어야 한다. 23일부터는 차도에 나가지도 마시고….” 이때 어디선가 “소나기를 피하자”는 마담의 외침소리가 들렸다.

회장은 다시 강조했다. “종업원에게 잘해라. 마담들도 봉급 한 달에 300만~400만원씩 타지 않나? (종업원에게) 저녁도 쏘고. 여기가 우리 직장이다. 마담들은 사장 밑에 전무다. 아가씨는 직원이고.”

마담들이 해산하고 주인(포주) 회의가 이어졌다. “(종업원들이) 요즘 미국에 800만원씩 주고 들어간다.” “이곳 아가씨들이 공장나갈 것도 아니고 휴게텔 나가거나 독자영업할 텐데 이렇게 되면 아예 보건관리가 불가능해진다.” “집창촌이 없어지면 윤락이 폭력집단과 연결될 것이다. 서울경찰청도 인정하듯이 아가씨 30명만 있으면 한 조직을 이끌 자금이 나온다. 러시아 여자들이 그쪽 마피아·마약거래 등과 연결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의견과 함께 “사회주의 국가인 미얀마에도 집창촌이 있는데 왜 우리나라만 없애는지 모르겠다”는 뒤늦은 푸념도 이어졌다.

(이용수기자 hejsu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