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뽑힐까 더 깊이 숨을까 ..부산

뿌리 뽑힐까 더 깊이 숨을까

[부산일보 2004-09-18 13:3

'윤락행위 이번에는 사라지나.' 오는 23일부터 발효되는 '성매매알선 등 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윤락업소와 유흥업소에 비상이 걸렸다.
'성매매알선 등 처벌법'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윤락행위 방지법'과는 달리 성매매 여성과 업주는 물론 윤락행위를 한 당사자에게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 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사회봉사활동이 부과되는 등 처벌을 강화했 기 때문이다.

또 법 시행과 함께 경찰도 23일부터 법무부 등 유관기관과 함께 대대적인 성매매 단속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윤락가와 유흥업소들 은 나름대로의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산 남구의 A룸살롱에서는 소위 '2차'를 나가는 손님들에게 웨이 터들이 일일이 '손님 옆의 아가씨 이름과 나이를 반드시 기억해달 라'며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만취한 손님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방법으로 이름과 나이를 주입시킨다.

혹시 단속에 걸렸을 경우 손님이 아닌 연인관계로 위장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동래구 온천장 B룸살롱에서는 2차를 나가는 아가씨들이 손님의 나 이대에 어울리는 옷으로 갈아입는 등 연인 사이로 보이게 꾸민 후 미리 준비한 승용차로 손님을 모시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인근의 C룸살롱에서는 아예 아가씨들에게 본명을 사용케하면서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름을 익히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모 룸살롱 관계자는 '성매매를 알선하다가 적발되면 업주도 알선 죄로 처벌받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손님들에게 2차를 권하지 않는 다'며 '꼭 2차를 강요하는 손님이 있으면 몇가지 질문으로 방법을 숙지시킨 후 완벽하게 대비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윤락가인 서구 충무동 속칭 '완월동' 주변 업소 들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화대를 놓고 업주와 손님 간에 벌어지 는 실랑이가 끊이지 않던 골목길의 모습은 최근 들어 찾아보기 힘 들어졌다.

업주는 물론 협박하던 손님도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선불금은 채무가 아니다'는 법원의 판결까지 겹쳐 속칭 완월동을 비롯한 부산진구 범전동 300번지 등 윤락업소 여 성들이 하나 둘씩 업소를 떠나면서 문을 닫는 곳도 증가하는 등 급격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범전동 윤락가의 모 업주는 '이번 조치를 앞두고 최근 5~6개 업소 가 문을 닫고 일하던 아가씨들도 계속 줄어드는 반면 휴게텔이나 전화방 안마시술소가 호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력한 법 집행과 경찰의 단속으로 인해 오히려 업소의 윤락행위가 더 은밀해지고 갈수록 퇴폐적으로 흐를 것이라 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단속을 피해 윤락업소들이 주택가로 파고들면서 그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성매매업소가 몰락하겠지만 성매 매는 주택이나 차량 등 보다 은밀하고 퇴폐적인 방법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성매매 위험이 따르게 돼 비용이 높아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형기자 moon@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