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구매자' 처벌이 핵심이다 -조선일보

[기자수첩]'性구매자' 처벌이 핵심이다

2004.9.20 (월) 19:10

[조선일보 김윤덕·문화부 기자]
성 매매를 뿌리뽑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성매매 처벌법’이 23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기존 ‘윤락행위방지법’이 미흡했던 여성인권 보호 요소를 크게 개선했다는 점에서 입법 단계부터 기대를 모아왔다. 여성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 족쇄였던 ‘선불금’을 무효화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 재산 몰수 등 중벌에 처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이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성매매 알선·중개자 처벌은 2배로 강화했지만, 쌍벌죄를 전제한 구매자 처벌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1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300만원’이다. 게다가 기존 법에서도 지켜지지 않았던 이 조항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새 장치는 전혀 없다. 법무부는 “구매자 처벌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스웨덴의 성구매금지법과 비교하면 지극히 보수적인 대응이다.
실제로 15일 여성부가 발표한 ‘성매매 관련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구매자 처벌에 대한 국민 반응은 미온적이다. “군대 가기 전에 ‘총각 딱지’ 떼려고 업소에 가는 행위를 범죄라고 여길 한국 남자가 어디 있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성매매에 대한 그런 ‘관대함’이 당장 청소년 성매매에 무력한 현실을 만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를 하는 10명 중 7명이 청소년이다. GDP의 4.1%가 성 산업에서 나오는 한국이다. ‘사회적 합의’라는 것은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제도를 통해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5년 전 성 구매자만 처벌하는 법을 제정, 성매매 여성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인 데 기여한 스웨덴 의회의 결정문을 되새겨볼 만하다. “남녀 평등의 진척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해결하려면 성을 사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김윤덕·문화부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sion.chosun.com])

온라인상담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