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개정 논의-간통죄.성매매처벌 어떻게 바꾸나

간통죄.성매매처벌 어떻게 바꾸나
[아시아투데이 2008.6.23]

5년 만에 형사법의 전면 개정이 예정된 가운데 간통죄와 성매매처벌에 여전히 뜨거운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지난해 6월 형사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가동시킨 이후 1년만인 20일 열린 ‘형법 개정 및 양벌규정 개선’ 공청회에서는 여성계와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열기를 드러냈다. 법무부는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개정안을 마련, 2010년 12월 이내에 확정 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 "민법상 계약" vs "국가의 의무"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간통죄 폐지에는 여전히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오영근 한양대 법대 교수는 간통죄를 폐지하고 중혼죄를 신설할 것을 주장했다.

오 교수는 "헌재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나온 후 최종 논의가 이뤄져야 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부부관계는 민법상의 계약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있고 간통은 이런 계약에 따른 성적 성실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는 부부관계를 깨는 행위에 대해서는 계약의 해소와 손해배상으로 그쳐야지 형벌을 포함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어 오 교수는 "선량한 성 풍속과 간통죄 존치를 원하는 국민감정을 고려해 중혼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일본에서 중혼죄를 처벌하고 있다"면서 "간통은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중혼에 대한 처벌로 혼인질서를 바로잡자"고 말했다.

이에 최병문 상지대 법대 교수는 간통죄 폐지와 중혼죄 신설에 찬성하면서도 개정 후 피드백 효과를 연구할 것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특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상간?혼숙 문제처럼 실제 문제가 되는 것에 규제를 신설해야 한다"면서 "이참에 국민참여재판의 대상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날 김영일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국가는 혼인을 유지시켜야 할 의무가 있고, 수사경험상 간통죄 존치는 아직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받았다.

김 검사는 "간통죄가 부부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 주고 있어 이를 폐지할 때 자칫 비정상적인 가족관계를 오래 지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간통죄를 폐지한다면 그 전에 충분한 대응수단이 될 수 있는 손해배상제 도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성매매 '근절'보다 '관리' 주장에 날선 공방

이날 성매매 처벌법과 관련해 '단순 성매매의 비범죄화' 주장이 제기되면서 날선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형사특별법에서 성매매에 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는 형법에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다"며 "이들 나라처럼 처벌규정은 최소화하고 특별법을 형법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성매매는 피해자 없는 범죄로 처벌의 필요성이 높지 않고 ▲처벌하더라도 일정 범위의 성매매를 벌하면 되며 ▲해악의 정도에 비해 처벌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반면 실효성은 적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오교수는 "성매매를 '근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로 어느 정도 범위에서 이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며 “성매매행위의 전면적 금지에서 제한적 금지로 전환하고 피해 여성의 사회복귀를 돕는 사회복지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영일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지금까지 단순 성매매의 비범죄화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면서 "다만 실무상 성매매 범죄유형이 날로 다양화되고 있어 단순 성매매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처벌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성매매특별법 관련 자유토론 시간에는 공청회 참석자들 간의 열띤 논쟁이 벌여졌다.

법무법인 자하연의 원미연 변호사는 "성구매자는 성매매가 상대여성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법을 폐지할 만큼 근본적 문제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성단체의 한 회원은 “무엇보다 우리사회가 성매매를 가볍게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라며 “이런 사안의 경우 입법관계자 뿐 아니라 현장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이라 지적했다.

논쟁이 과열되자 사회를 맡은 이영란 숙명여대 교수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여성 단체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법의 형태를 바꾸자는 논의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