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노골적 성매매” 몽골서 커지는 반한 감정

“한국인 노골적 성매매” 몽골서 커지는 반한 감정
기사입력 2008-07-15 09:07

[한겨레] 현지가이드 명함집엔 회사임원·공무원 수두룩

단속하자 승마학교·마사지숍으로 은밀 확산

극우집단 폭행사건 늘어나…교민들 불안감

#1. 지난 6월18일 오후 8시30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ㅂ호텔. 늘씬한 몸매의 몽골 여성들이 로비로 들어섰다. 주로 한국인을 상대로 한다는 현지 가이드 볼흐트 마타(가명·35)는 “모두 호텔의 ㅊ가라오케에서 일하는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이 가라오케로 가니 종업원이 유창한 한국말로 “더 싼 값에 서울의 북창동처럼 놀 수 있다”며 호객행위를 했다. 2시간 뒤인 10시30분께 가라오케는 이미 빈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앉지도 못하고 되돌아가는 한국인 남성들도 적잖았다.

#2. 다음날 새벽 ㅊ호텔 로비. 60대로 보이는 한국인 남성 넷 중 한 명이 현지 가이드에게 “아까 애들 잘 보내줘”라며, 달러 뭉치를 건넸다. 돈을 받고 사라진 가이드는 10분 뒤 다시 호텔에 나타났다. 그가 몰고 온 차량에서 20대 몽골 여성 넷이 내렸다. 여성들은 가이드를 따라 객실로 올라갔다. 5분 뒤, 30대 한국 남성 셋이 짧은 반바지 차림의 20대 몽골 여성 셋과 함께 로비에 들어서 객실로 사라졌다.

■ 줄지 않는 한국인 성매매

한국 여성부가 “여름휴가철 해외 성매매 방지 캠페인을 인천공항에서 벌이겠다”고 밝힌 6월18일에도 몽골에서 한국 남성들의 성매매는 성행하고 있었다. 현지 가이드 마타는 “나이 구분 없이 남성 단체관광객 70% 이상이 성매매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명함집에서 국내 유명 증권사의 부장, 지방 공무원 등의 명함을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현지인들은 몽골의 성매매 문화를 조성한 이들은 바로 한국인들이라고 말했다. 울란바토르에 2002년 첫 가라오케를 개설한 이도 한국인이었고, 많은 가라오케의 주인도 한국인이다. 2007년엔 50여개까지 늘어났다. 현지에서 만난 사업가 박아무개(35)씨는 “남자들끼리 그곳에 놀러 가면 목적이 뻔한 거 아니냐”며 “이 때문에 업소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몽골 정부는 지난해 성매매 단속법을 만들어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 가라오케는 4~5개로 줄었지만 ‘성매매’가 단속을 피해 승마학교·마사지숍 등으로 확산되는 ‘풍선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시내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ㄱ승마학교 관계자는 “공항에 도착하면 이곳까지 모셔 오고, 다른 승합차로 현지 여성들이 도착할 것”이라며 “초원으로 나갈 때 (여성들이) 동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민 박아무개(여)씨는 “이곳에 온 한국 남성들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추한 모습을 보여준다”며 “70대 노인이 손녀뻘 되는 몽골 여성을 현지처로 데리고 있다가 임신하자 달아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사관 역시 “성매매가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를 더럽히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부는 지난해부터 성매매 적발 때 여권 발급 제한 또는 재발급 거부 등을 할 수 있도록 여권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실효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배임숙일 인천 여성의 전화 대표는 “국내에서도 제대로 처벌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성매매 처벌은 더욱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근본적으로 여성이 오락이 되는 한국 남성들의 의식이나 문화가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인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번져

한국 남성 관광객들의 이런 추태는 몽골인들의 반한 감정을 크게 불러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교민들은 전한다. 3년째 몽골에서 생활하는 이아무개(38)씨는 최근 한인에 대한 몽골인들의 폭행이 늘어나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지 가이드 테무친(42)은 “한국 사람들이 몽골 여성들을 돈 주고 사서 안 좋은 감정이 많다”며 “이 때문에 한국인들에 대한 폭행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최근 몽골에서 극우단체가 나타나면서 한국인의 피해가 더 확산되고 있다. 최대 극우단체인 다이야르의 몽골 대표 에르덴 비르크는 “60살이 넘은 할아버지 4명이 20살 여자 1명을 데리고 가 한방에서 아침까지 함께 보내는가 하면, 공항에서 호텔에 도착해 짐도 풀지 않고 지하 가라오케로 향하는 관광객도 있다”며 한국 관광객들을 비난했다. 그는 “몽골인들은 한국인들의 성매매 행태를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는 한 폭력도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교민들은 한국대사관의 안일한 대처를 꼬집기도 했다. 한 교민은 “(폭행사건 등을) 대사관에 신고하면 ‘그런 일로 왜 전화냐. 조용히 처리하라’ ‘밤늦게 술 먹지 말고 일찍 자라고 하지 않았느냐’ 등 오히려 욕만 먹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몽골 한국대사관의 노상채 영사는 “최근 갑작스럽게 폭행사건이 늘어나 현지 경찰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당부했다”며 “24시간 사건을 접수하는데 교민이 많다 보니 다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몽골에는 3천여명의 교민이 살고 있다. 같은 해 몽골을 찾은 관광객은 4만명에 이른다. 울란바토르(몽골)/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