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성매매업소 불 지자체도 책임 있다”

“군산 성매매업소 불 지자체도 책임 있다”
기사입력 2008-04-10 22:25

[한겨레] 군산 성매매 업소 화재 사망사고에 대해 대법원이 업주와 국가는 물론 소방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도 책임을 물었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0일 2002년 1월 전북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 업소 화재로 숨진 여성 13명의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전라북도에 책임을 묻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화재가 난 업소의 소방점검을 했던 군산소방서 공무원들은 1층과 2층 사이의 내부계단에 잠금장치가 있는 철제문이 있어 그 문을 잠그면 2층으로 올라갈 수 없는 구조임을 알았다”며 “그런데 이들은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고, 소화시설과 피난시설이 갖추어지고 피난상 장애요인도 없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의무 위반과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입구에 특수자물쇠, 1·2층 사이에 자물쇠 달린 철제문이 있는 업소에서 일어난 불로 숨진 여성들의 유족들은 업주·국가·전라북도·군산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은 업주 부부와 감시자한테만 모두 25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뇌물을 받은 경찰관들이 감금 상태에서의 성매매 강요를 눈감아준 점을 들어 국가도 위자료로 모두 2억6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관련 소방공무원들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죄의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들의 행위와 화재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전라북도에 대한 청구는 기각한 바 있다.

이 사건은 2000년 9월 군산시 대명동 성매매 업소 화재로 5명이 숨지자, 경찰과 지자체가 특단의 조처를 공언한 뒤 일어나 더욱 충격을 줬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성매매업소 화재참사 ‘국가와 지자체 책임’
기사입력 2008-04-11 23:15

[일다]
2002년 군산시 개복동에서 감금상태로 성매매를 하던 14명의 여성들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명동 화재참사에 이어 국가책임 인정

이번 판결은 화재참사 유가족들이 2004년 국가와 전라북도, 군산시, 업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확정판결이다. 2000년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이어, 다시 한번 성매매 업소 단속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한 점에서 주목된다.

4월 10일 열린 확정판결에서 재판부(대법원 2부 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성매매 여성들이 감금생활을 하며 성매매를 강요당한 것에 대해, 경찰공무원들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부분이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더 나아가 ‘전라북도’ 측에 책임을 묻지 않았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소방 의무가 있는 전라북도에도 책임을 물은 것. 재판부는 “화재에 앞서 실시된 합동점검에서 전라북도 산하 소방공무원들이 해당 장소에 대한 피난 및 방화시설 설치 등을 권고하지 않은 것은 직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1심에서 성매매업소에 대한 경찰의 단속과 ‘화재로 인한 사망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면서 소송을 기각하고, 2심에서 국가의 책임만을 일부 인정한 것과는 달리, 이번 판결은 국가와 전라북도 지자체의 직무유기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유가족들과 함께 소송을 진행해온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 측은 “소방점검의 책임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일보 진전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더 이상의 피해자 없도록 강력한 행정처분 따라야

그러나 재판부는 성매매업소 화재참사에 대한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군산시’ 소속의 관련공무원들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전국연대는 재판부가 “군산시의 직무유기를 인정하지 않아, 업소에 대한 행정처분의 문제와 지도점검의 문제 등을 그대로 방치한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전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는 “대법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것이 군산시가 책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다. “군산시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법적 미비조항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미례 대표는 “식품위생, 풍속영업, 건축 등 여러 형태로 지도점검을 하면서도 불법성매매업소에 대한 행정처분이 미비해, 업주가 적발되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업소는 폐쇄되지 않고 계속 영업을 한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행정처분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또한 “지난해 동대문경찰서의 사건에서도 보듯이, 단속 나간 경찰들이 뇌물을 받거나 정보를 흘려주는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역할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형사상의 책임뿐만 아니라 민사상의 책임도 물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연대 측은 “이번 판결로 불법성매매업소에 대해 적극적인 법적 조치가 이루어져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유가족의 고통을 헤아려 고등법원에서도 대법원의 입장을 존중해 하루 빨리 전향적 판결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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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