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나온 집창촌 여성들

거리 나온 집창촌 여성들
기사입력 2008-04-01 03:01 |최종수정2008-04-01 14:20

"진입로 막혀 생계 곤란" 시위

경찰 "집창촌은 분명히 불법"

"영업권 보장하라! 우리 아직 살아 있다!"

31일 오전 10시 성북구 하월곡동 D아파트 공사현장 옆 도로. 빨간색 야구모자를 눌러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300여 명의 여자들이 편도 2차로 도로를 점거했다.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눈들은 하나같이 짙은 쌍꺼풀에 두껍게 마스카라를 칠하고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속칭 '미아리 집창촌') 여성들이다. 지난 1월 D아파트 공사가 시작되면서 집창촌의 진입로가 폐쇄돼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보상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지난 1월, 집창촌 입구 쪽에 D아파트 건설 공사가 시작되면서 집창촌으로 이르는 진입로 2개가 아파트 부지로 편입돼 사라졌고, 바로 옆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에 분진과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 8m 높이의 펜스도 세워졌다.

이날 집회를 이끈 '성매매 집결지 자율정화위원회' 유모(61) 위원장은 "손님이 가장 많이 이용하던 종암로쪽 진입로가 막히고 높은 울타리까지 쳐져 손님들이 우리가 아예 없어진 줄 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영업'은 엄연히 불법이다. 특히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매춘(賣春)을 하는 남자들까지 처벌받는다. 그러나 한창때 300여 개에 달했던 '업소'가 100여 개로 줄었지만 여전히 '영업 중'이다.

L(45)씨는 "얼굴이 알려져서 좋을 것 없는 우리가 오죽하면 이 자리에 나왔겠느냐"며 하소연했다. "한 달에 300만원 정도는 벌었는데 지난 1, 2월에는 전기세 낼 돈밖에 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6년간 일해왔다는 공주(32·예명)씨는 "자랑할 만한 직업은 아니지만 이곳은 우리 생계를 해결하는 직장"이라며 "아파트 공사 때문에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온 인생이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로 예정돼 있던 집회는 낮 12시30분쯤 유 위원장이 '일단 해산'을 선언하면서 일찍 끝났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의 금전적인 보상 요구에, 아파트 시공사측은 '금전 보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집회 내내 현장을 지키고 있던 종암경찰서 관계자는 "생계가 곤란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집창촌은 분명히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미아리 집창촌 업주등 "주변 공사로 우리 존재 잊혀져…"
기사입력 2008-03-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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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창촌은 어떻게 먹고 살라고…"

【서울=뉴시스】

"나는 개똥벌레...울다 잠이 든다"

31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A주상복합 건설현장 앞에 200여명의 미아리 집창촌 여성들과 주변 상인들이 모여 앉았다.

그리고 이들은 어느 집회·시위 현장에서 들을 수 없었던 투쟁가, 신형원의 '개똥벌레'를 불렀다.

미아리 집창촌 자리 우측에 대형 주상복합건물 공사가 시작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그들의 처지를 빗대 이 노래를 부른 것이다.

이어 현장에서는 "성노동도 엄연한 직업이다", "우리의 존재를 배운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는 구호가 연이어 나왔다.

집회를 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미아리 집창촌 업주 김모씨(50.여)는 "대형 공사현장이 생기고 펜스가 높이 쳐 지면서 사람들은 우리가 없어진 줄 알고 있다"며 "여전히 자리를 지켜도 1월 이후부터 수입이 전혀 없어서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매매집결지자율정화위원회 유태봉(61) 위원장도 "공사가 시작된 후 미아리 집창촌으로 이어지던 도로 2개가 없어져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며 "도로 재건설, 가림막 철거가 이뤄지거나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북구청 관계자는 "통로를 막기 1달 전부터 홍보를 했고, 현재 통로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보상 문제는 건설업체와 이야기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건설업체 관계자는 "도로는 사업부지안에 공식적으로 포함된 것"이라며 "상인들의 피해를 우려해 이미 우회로를 설치했고, 보행로도 만들어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원만히 합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집회를 주최한 성매매집결지자율정화위원회는 "앞으로 한 달 동안 합법적인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혀 이들의 집회가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정재호기자 next080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