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탈출구는 어디인가?

아동 성범죄 탈출구는 어디인가?
기사입력 2008-04-02 09:48

[아시아경제]

최근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에 이어 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 사건 등 흉악한 아동 성범죄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자 근본 예방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가 피해를 보고난 후에야 대책을 발표하기보다는 사전방지 차원의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미성년 성매매를 차단하고 아동 성범죄를 줄일 목적으로 온라인상에 아동 대상 포르노물이 노출될 경우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아동 성범죄자들의) 형량을 늘리고 수감중에 치료를 적극 실시하는 것은 물론 전자발찌 등의 강력하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낮은 신고율과 기소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범죄 신고율은 6% 수준에 불과하고, 기소율은 4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2일 법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구속률도 급격하게 낮아지는 추세다. 13세 미만의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범죄로 입건된 사람 수는 지난 2004년 627명, 2005년 684명, 2006년 731명, 2007년 702명으로 증가 추세가 뚜렷했지만 불구속 수사 원칙의 영향으로 구속률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어린이 상대 성폭력범죄자의 구속률은 지난 2004년 59.6%(374명), 2005년 49.3%(337명), 2006년 41.5%(303명)로 낮아졌고 2007년에는 36.7%(257명)를 기록해 처음으로 40% 미만으로 내려갔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피해자는 더 상처받을 것을 우려해 고소를 꺼리게 된다"며 "피해자를 가장 먼저 대면하는 경찰과 검찰 등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범죄를 이미 저지른 사람들에게만 각종 대책들이 적용되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명목상의 '재발 방지교육'이 아닌 시급한 필요성이 먼저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한 관계자는 조기 성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재범 위주의 강경한 대책과 처벌을 내 놓고 공론화 하는 것보다는 유치원 정도때부터 성교육을 조기 정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피해를 당한 어린이에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절대적 안정과 믿음을 줄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당한 아이에게 가장 먼저 해 줄 말은 "알려줘서 고맙다"라는 말이며, 화내거나 다그쳐서는 절대 안 된다고 충고했다. 아이를 위해 부모의 심리적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확신과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부는 이른바 '혜진.예슬법'을 내놓고 아동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람은 최고 사형에까지 처하는 등 한층 강화된 특별법을 법무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청소년과 실제 성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성행위를 목적으로 청소년과 만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그루밍 제도'의 도입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차정섭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복지정책관은 "시행 예고돼 있는 법무부의 전자발찌와 연계해 예방적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아동 성범죄)예방에 무게를 둬 홍보와 교육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직장여성 이모(40)씨는 "남의 일로 여겼던 사건들이 집근처에서 버젓이 벌어지니 아이를 밖에 내놓기가 겁난다"며 "출산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낳으면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대책을 제발 만들어달라 "고 호소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