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는 살아있나..우먼타임스

친일파는 살아있나
2004.9..7

“위안부는 매춘부”망언 일파만파

이영훈교수의 정신대 관련발언으로 충격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정신대 할머니들은 6일 이교수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은 정신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모습. <사진/문화일보DB>

이영훈(53) 서울대 교수가 지난 2일 MBC ‘100분 토론’에 패널로 출연해 일제시대 정신대(일본군에 의한 성노예)를 미군부대 주변 기지촌과 집창촌 등에서 이뤄지는 성매매와 동일선상에 두고 주장한 ‘정신대가 사실상 상업적인 목적을 지닌 공창의 형태’라는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할머니들“고얀놈”분개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발언 논란이 과거사 청산 문제와 맞물려 갈수록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 일제시대 정신대(일본군에 의한 성노예)를 미군부대 주변 기지촌과 현재의 집창촌 등에서 이뤄지는 성매매와 동일선상에 두고 ‘정신대가 사실상 상업적인 목적을 지닌 공창의 형태’라는 발언을 했던 이 교수는 6일, 나눔의 집 수련관을 찾아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할머니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이번 일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하고 찾아뵙고 사과 드리려고 왔다. 할머니들의 역사인식에 동참한다”며 “발언 취지는 일제 만행인 전쟁범죄가 맞고,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협력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해방 후에도 성 착취가 있었고 해서 총체적으로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또 “어쨌든 오해가 있어서 죄송하고, 본심이 아니란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하며 ‘사과’의 뜻을 담은 큰절을 했다.
그러나 할머니들은 “동두천에서 몸파는 여자랑 어떻게 우리를 같이 비유하나” “어릴 적 끌려가서 58년 만에 돌아오니 아버지, 형제 다 죽고 나도 사망신고가 돼 있었다”고 따지며 “(이 교수)일본 사람 아니냐, 호적 등본 떼 와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5일 열린우리당 전국 여성위원회가 성명서를 통해 “조만간 서울대를 항의 방문해 이 교수의 사과와 자진 사퇴를 촉구할 계획”임을 밝히는가 하면 언론과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이 교수는 5일 서울대 경제학부 홈페이지와 6일 언론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신은 정신대가 성매매라고 말한 적이 없음을 해명하면서 “생방송 토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시청자들에게 잘못 전달됐다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 교수의 역사인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과거사 청산’을 여론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의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진 기자

이영훈 교수 tv토론 발언 논란

자신의 발언이 언론과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자 이 교수는 5일 서울대 경제학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해명서를 올리고 6일에는 언론에 보도자료를 보내 “일부 언론에서 유포되고 있는 것처럼 일본군 성노예가 ‘사실상 상업적 공창 형태’라는 발언이나 이와 유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말을 방송에서 직접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이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일본 제국주의 강제동원의 희생자에 대한 사과의 뜻도 두 차례에 걸쳐 밝혔다.
이 교수는 또 “그것(자신의 발언)은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적 책임을 면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책임을 엄중히 물으면서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틀 내에서 자행된 여성에 대한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억압에 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해명서 말미에 “제 발언의 취지는 국가권력에 의해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제도와 기구가 설치, 운영되고 그에 다수의 민간인이 협력한 사실의 기본 구조에 관한 한 보편적 반인륜의 범죄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민족을 잣대로 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차별적 추궁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 정신대 문제를 접하는 기본적 관점에 대해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교수의 발언으로 일어난 사태가 이번 해명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이다. 당일 방송을 시청한 시청자들은 이 교수의 발언에 대한 분노와 질타를 쏟아냈고 지난 3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정신대할머니 123명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이 교수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공개사과와 교수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여러 언론도 이 교수의 발언을 ‘망언’ 수준으로 보도했다.
이 교수의 발언은 과거사 청산 문제를 법이 아닌 민간차원의 반성으로 해야한다는 취지였지만 일본 극우의 주장에 논리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이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낙성대경제연구소가 주도해온 ‘식민지 근대화론’은 향후에도 뜨거운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대협은 성명을 통해 “그동안 몇몇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망언으로 인해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들은 상처에 상처를 더하는 고통을 당했는데, 이젠 한국의 일류 국립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그 분들의 인격을 모독하고 상처를 입혔다”며 “명예회복을 염원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숨통을 끊어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정대협은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국제법정에서는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국제법학자들, 판사들이 일본의 천황 히로히토(裕仁)를 유죄로 판결했다”며 “일본 정부가 이미 자신들의 죄에 대해 인정한 부분에 대해 부인하며 일본 우익의 입장을 정당화시키고 옹호하는 것은 어떤 역사관에서 비롯된 것이냐”고 비판했다.

“위안부 문제 왜곡된 시각은 과거사 규명 제대로 안된탓”

신혜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신혜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이영훈 교수의 발언에 대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본 탓’이라고 일갈했다.
‘100분토론’ 전체를 다시 살펴봤다는 신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일본 정부와 군이 계획, 실행, 경영한 제도적 범죄라는 것”이라며 “이 교수는 일본 정부와 군이 통제했다는 것을 언급했지만 자기 성찰적 반성을 강조함으로써 전체의 균형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갔다는 데 대해 이 교수의 관점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일본군 위안부, 미군 위안부, 성매매 여성의 문제가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을 성적노리개로 전락시켰다는 연관성이 있지만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갔다’고 말하는 것은 오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대부분이 납치, 공갈, 사기로 끌려갔고 그 중 소수가 돈을 벌기 위해 갔더라도 그들 모두는 일제의 제도에 동원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이 교수가 한국 민간업자가 일부 참여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일본군의 제도적인 범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보는 이런 관점의 혼란은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안 된 탓이다. 정대협 등 여성단체들의 힘에 밀려 정부가 진상조사를 했지만 이 교수의 지적대로 한국에서 위안부 동원에 관여한 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신 대표는 “16대 국회에서 통과된 친일진상규명법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전국적 단위에서 동원한 사람’이라고 되어 있지만 한국사람으로 전국 단위에 동원된 사람은 없었다”며 “전국 단위만 조사한다는 것은 국내에서는 조사를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친일진상규명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옥진 기자 soj@iwomantimes.com

■ 친일파 출판물 어떤게 있나

김완섭씨의 ‘창녀론’은 1995년에 출판되어 물의를 일으킨 책이다. 이 책은 정신대 문제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일관한다. 김씨는 이 책에서 “위안부는 창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면서 “위안부는 자신들의 ‘희망’에 의해 행동했을 뿐, 일본의 잘못은 없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지난 2001년 7월 모 인터넷 사이트에 “미친 불여우 민비(閔妃)가 자주 독립의 순교자인 줄 착각하고 있지만, 이런 나쁜년을 없애버린 일본의 처사는 고마운 일”이라는 상식 이하의 글을 게재했다.
아울러 2002년에는 ‘친일파를 위한 변명’이라는 책을 통해 “일제시대는 우리에게 축복이었다. 미개한 조선사회를 개화시킨 조선총독부는 우리 민족의 은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밖에도 김씨는 “독도는 일본 땅이며 이완용은 조선인들의 존경을 받았다”라고 규정하는 등 일본 극우파들과 별다를 바 없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한국인에 고함’과 ‘이런 것을 쓰면 한국인에게 맞아죽을지도 모른다’를 쓴 김문학씨도 “한국인은 원숭이 흉내도 못 내는 불가사의한 민족”이라고 주장해 친일을 옹호했다. 그 외에 일본에서 출판된 ‘일한병합의 진실, 한국사가의 증언’ ‘치맛바람’ ‘생활자의 일본통치시대’ 등 일본 우익의 역사왜곡을 정당화하는 책을 쓴 지은이들도 모두 한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희영 기자 chy@iwomantimes.com

■ 이영훈 교수는 누구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 경제학박사를 취득한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도해온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이다. 이 교수의 ‘식민지 근대화론’이란 “일제가 영구 병합을 목적으로 조선 근대화에 주력했다”거나 “일제 식민 시기에 경제성장률이 높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식민지 시대에 일제가 한일병합을 목적으로 기간투자 등을 한 것이 1960년대 이후 근대화하게 된 요인이라는 것.
성균관대 교수 시절인 1992∼1993년 일본 교토(京都)대 경제학부 교환교수로 근무하기도 했던 이 교수는 일본 현지의 역사자료 등을 근거로 지난 2일의 발언을 했다.
이 교수는 실증 자료를 통해 경제사 연구를 해온 학자로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펼쳐왔고, 그 기저에는 민족주의적 사학의 국수적 문제점에 대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역사적 자료조차 당대의 이해에 따라 다르게 기술될 수 있다는 점과 우리 국사가 사대주의와 식민사관으로 열등감에 빠져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아카데미즘에 충실한 진보적, 학문적 접근이 아닌 식민사관의 새로운 변형논리 개발일 수도 있다. 이 교수의 발언이 ‘망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사학자는 “국사학계의 태두로 군림했던 이병도 서울대 교수가 식민사관을 바탕으로 한 학자였고, 그의 학문적 텃밭이 서울대라는 점도 이 교수의 역사관 형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1990년 한국경제학회 청람상, 1989년 하성학술상(하성학술재단)을 수상했고, ‘조선후기사회경제사’(한길사), ‘한국사에 있어서 근대로의 이행과 특질’(경제사학), ‘맛질의 농민’(일조각·낙성대경제연구소 공동연구서) 등을 펴내며 활발한 연구활동을 해온 이 교수는 근대사 사료와 통계 연구 등을 통해 근대사에 대한 통설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연구를 해왔다.
김상진 기자 ksj@iwoma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