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여성 상담지원 사례집.."다시함께"와함께걷기..일다

한국 성매매 산업의 실태보고

[일다 2004-09-07 01:51]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가 개소 1주년을 맞이해 성매매 피해여성 상담지원 사례집 <"다시함께"와 함께걷기>를 펴냈다. 자료집은 총 15건의 소송사건에 대해 의뢰경위부터 시작해, 상담내용과 지원내용, 처리결과까지 각 사례별로 정리돼있어, 우리 나라의 현 성매매 산업실태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성산업에 유입된 여성들을 옭아매는 선불금

자료집에 따르면 많은 경우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이나 빚을 갚기 위해, 혹은 잘못된 보증으로 인한 빚 독촉 때문에 성매매 산업에 유입된다. 그러나 성매매 산업현장은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어렵다. 성매매 산업의 거대한 조직력과 폭력성, 자본력 때문인데, 그 대표적인 예가 선불금이다. 선불금은 성매매에 투입된 여성에게 최초로 지급되는 준비금이란 명목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여성들이 갚을 수 있는 돈이라기보다 그 여성들을 옭아매는 덫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여성들은 지각비 1시간당 만원, 결근비 20만원, 성구매자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경우 술값 지불 등 갖가지 명목으로 임금을 착취당한 후, 다른 곳으로 불어난 선불금과 함께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업주나 소개업자들은 다음단계 업주로부터 이전 선불금보다 수배에 달하는 선불금을 받은 후, 그 중 일부를 이전업주에게 준다. 그리고 불어난 선불금을 떠맡게 된 여성은 더 지독한 업태의 성매매 현장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업주나 소개업자들은 당사자인 피해여성 몰래 돈을 빌리고 그 채무를 피해여성 장부에 올리기도 하는데, 최근에 와서 업주들은 파이낸스(사채)등을 이용하여 선불금 제도를 우회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파이낸스 등에서 선불금을 제공받는 경우, 피해여성들이 업주를 형사고소하여도 업주는 윤락행위등방지법위반으로 벌금형 정도의 처분을 받고 사건이 종결되고, 다시 피해여성들은 파이낸스에 의해 사기로 고소당하거나 민사소송을 당하게 된다. 이 경우, 선불금이 성매매를 전제로 제공되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워서 사실상 피해여성들은 사기가 인정되어 벌금, 실형 등의 처벌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파이낸스 등에서 대출 받는 형식으로 제공된 선불금을 갚기 위해 다시 성매매 시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지경에 놓이게 된다." (<"다시함께"와 함께걷기> 2부 5장, 파이낸스를 상대로 형사고소 후,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례)

장애여성과 나이든 여성의 인권 더 열악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젊고 잘 꾸며진 여성”이다. 그러나 실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이 성산업에 유입되기 쉽다는 측면을 볼 때, 나이든 여성이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장애여성들이 성산업에 유입될 확률 또한 높다.

"장애를 가진 여성이 성매매 될 경우에는 비장애 여성에 비해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는데, 대개 화대착취나 기피 성구매자에 대한 접대, 허드렛일,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서의 집단 따돌림 대상이 되어 심한 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다시함께"와 함께걷기> 2부 4장, 전업형 성매매업소(유리방)에 장애여성을 고용한 업주를 형사고소한 사례)

다시함께센터는 이에 대해 “성매매 집결지나 섬보다도 더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는 나이든 성매매 여성의 인권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던지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점점 불어난 빚으로 인해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해외 송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부유한 나라로 이주하게 되고, 국내에는 이들을 해외로 유치시키는 브로커들이 직업소개소 형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다시함께센터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국내 성매매 시장이 위축될 경우, 성매매 시장은 판로를 해외 성매매 시장의 활성화로 맞추게 될 위험이 크다. 이를 대비하여 전 지구적인 성매매 근절을 위한 시스템 마련과 국제적 공조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사법기관의 반인권적 관행 깨야

사례집에선 성매매 피해여성 구조 및 소송과 관련해 경찰과 사법기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너무 억울해 경찰서로 성구매자와 함께 가 피해사실을 진술했지만 결국 ‘윤락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인정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힘들어하자 업주는 진통제만 주다가 의료행위를 허가받지 않은 주사이모에게 포도당주사를 맞게 하고, 병원진료를 받지 못하게 한 경우가 있었는데, 조사관은 이 내용을 업주의 성매매 강요라는 한 단어로 축약했고 피해내용에 기재하지 않았다”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성매매 산업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상황과, 그 거대한 구조를 생각해 볼 때 성매매 피해여성이 구조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시함께센터 측은 "경찰과 사법기관 조사 시 관행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피해여성의 비밀보장과 인권보호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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