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감금·폭력’ 인권 사각지대 내몰려

성매매, ‘감금·폭력’ 인권 사각지대 내몰려
기사입력 2008-06-11 22:51

[대전일보]
전국에서도 그 이름이 유명한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이곳은 57개의 성매매 업소가 영업 중이고 238명의 여성이 고용된 곳이다(3월 25일 현재). 4년 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후 잠간 움츠러들긴 했지만 아직도 유천동 성매매업소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감금, 폭력 등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이에 지역 여성계는 이 같은 실태를 폭로하고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편집자 주>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인권유린 실태

올해 1월 중순, 대전 유천동 모 성매매업소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들이 가까스로 탈출했다. 이들은 업주가 밖에서 특수 잠금장치로 잠가놓은, 감금상태였다.

이런 상황이 드러나면서 ‘느티나무’ 등 지역 여성단체는 여성 종업원 ‘감금’이라는 문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찰이나 일반인들은 일반 여성이 밀폐된 공간에서 5분만이라도 불가항력으로 갇혀 있으면 감금이라고 보지만 성매매여성들이 업주의 감시 하에 외출이 통제된 상황은 감금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성매매여성들은 24시간 업소 안에서 생활하고 병원이나 목욕탕 등 외부로 나올 때는 마담, 삼촌이라고 불리는 업소 관리인이 동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영남 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상담소 부장은 “철저한 감시 속에서 외부로 나오는 것은 감금이나 다름없다”며 “이들은 이렇게 통제된 채로 업주들의 강요에 거의 성폭력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전 유천동에서 일하던 성매매 여성이 가까스로 도망쳐 업주를 성매매알선·감금 등의 혐의로 고발했지만, 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되지 않았다. 송형수 대전지검 검사는 “감금이라고 주장하는 기간이 너무 길고 그 기간 동안 각 날짜마다 시간마다 감금이 특정돼야 하는데, 중간에 목욕탕, 슈퍼마켓 등을 다녔기 때문에 물리적 감금이라고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대위 구성 등 대책마련에 부심

여성인권지원상담소인 느티나무를 비롯 전국 92개 단체가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인권유린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최근 구성했다. 유천동 성매매집결지의 불법 성매매영업과 감금에 대한 심각성이 수면 위로 올랐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지난 5월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13일 박성효 대전시장과 면담, 16일 유천동 집결지 공동고발항고 수사촉구서 제출, 20일 대전중부경찰서장 항의면담 등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손정아 비상대착위원회 집행위원장(느티나무 소장)은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유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는 그들에게 자유권을 주는 것”이라며 “성매매여성의 감금에 대한 수사기관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전 지역 성매매여성들이 탈성매매 후 사회복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시의 지원 부족 등으로 탈성매매 여성들의 생계를 위한 일자리, 충분한 심리상담 등이 제공되지 못해 성매매현장으로 재유입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위원장은 “탈성매매 여성들이 사회 속에 안전하게 자립하기 위해서 시와 사회단체가 오랜 시일이 걸리더라도 인큐베이팅 역할을 충분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인권유린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오는 19일 오후 3시부터 대전시청 3층 세미나실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 김인숙 대전지방경찰청 여성기동대장, 정승호 대전시 여성가족청소년과 가정복지담당계장 등이 참석해 이들의 실태를 고발하고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김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