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권장하는 '몬스터'들의 나라 -월간말

성매매 권장하는 '몬스터'들의 나라

이정은 기자 leeche2001@hotmail.com

1991년 1월 9일, 전 미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미궁에 빠질 뻔한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사람이 '여성', 그것도 '창녀'로 밝혀졌기 때문. 1년간 6명의 남성을 살해한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에게 언론은 '몬스터(괴물)'란 꼬리표를 붙였다.

법정에 선 에일린은 당당하게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13세가 되던 해부터 몸을 팔았지만, 그 사실이 마을에 알려지자 가족들은 '부끄럽다'며 그녀를 내쫓았다. 끼니를 때우기 위해 거리에 나선 그녀에게 남성들은 '화대' 몇 푼을 쥐어주고 폭력을 일삼았다. 그녀의 첫 번째 살인은 죽음의 위협을 느낀 바로 그 순간에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2003년 10월 9일 플로리다 형무소의 전기의자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다.

올해 6월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몬스터』가 개봉했다. 감독은 그동안 관심 밖에 있었던 살해된 남성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끌어냈다. 직업도, 나이도, 학력도 제각각이었던 그들이 어떻게 한 여성을 폭행하고 착취했는지, 이 사회는 그런 그녀에게 또 무슨 짓을 했는지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후 다시 물었다. 과연 누가 '몬스터'인가.

성을 '알선'하고 '구매'한 당신이 바로 '몬스터'

2004년 9월 23일, 이번엔 한국의 진짜 '몬스터'들이 충격에 휩싸일 차례다. 지난 40년 동안 성매매 피해 여성을 규제하고 처벌했던 '윤락행위등방지법'이 폐기되고, 그 자리에 '성매매알선등처벌법'이 새로 태어날 예정이다. 새 법은 성매매를 '알선'하고 '구매'한 '몬스터'들을 소탕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담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어림잡아 1백50만 명의 여성들이 에일린과 다를 것 없는, 어쩌면 더 가혹한 환경 속에서 성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성 구매자 절반 이상이 성매매가 '불법'인 것조차 모르고 있는 나라, 조사기관이 성상납을 요구하고 성매매를 묵인하는 나라에서 성매매 근절은 당연히,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은 성매매 근절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구매자의 인식 변화'를 꼽았다. 이번 호 『말』이 담은 기사들 -성산업은 어떻게 피해 여성들을 옭아 메고 있는지,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남성들의 오해와 편견은 얼마나 조악한지, 또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을 이해하는 것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04년 9월 19일은 군산 대명동 화재 사건이 발생한 지 꼭 4년이 되는 날이다. 억울하게 희생된 언니들에게 추모의 뜻을 더하며, 마지막으로 성매매 피해 여성 인권의 중심지, 군산에서 성매매 역사의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는 분주한 발걸음을 쫓아 보았다.

월간말 2004년 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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