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영업하면서 생존권 보장하라니…”

‘장안동 성매매와 전쟁’ 이중구 동대문서장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

“성매매 업소의 해악은 성매매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근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뿐 아니라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합니다.”

지난 7월 부임과 동시에 관할 지역 성매매 업소와 전쟁을 선포한 이중구(49) 서울 동대문경찰서장은 1일 오전 이른 시간부터 현장에 나와 있었다. 지난달 29일 한 성매매 업주가 “요즘 지나친 단속으로 장사하기 너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계기로 성매매 업주들이 집단 행동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서장은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까지 만들어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하면서 생존권을 요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강력한 단속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성매매 단속을 하는 여성청소년계 직원들까지 다 바꾸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왔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부임하고 나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성매매 업소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 성매매 업소들이 줄지어 있는 것도 보기 안 좋은데 호객꾼들이 무차별적으로 행인들을 붙잡는 등 해악이 심했다. 주민들에게 주는 피해가 크고 업주들은 탈세를 일삼는 등 예전의 집창촌보다 도가 더 심했다. 법이 살아 있는데 노골적으로 그런 행위를 일삼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다.”

―성매매는 반드시 현장을 적발해야 하는 등 단속에 어려운 점이 많다는데.

“성매매 업소들은 업소 주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업소 내에는 비밀 통로를 만들어 단속을 피한다. 단속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경찰관이 손님으로 위장하는 등 각종 단속 방법을 짜내고 있다. 많은 기법이 있지만 수사상 기밀이라 공개하기 어렵다.”

―한 안마시술소 업주가 목숨을 끊었다. 업주들은 ‘생존권 보장’과 ‘형평성 있는 단속’을 요구하는데.

“성매매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법에 어긋나는 영업행위를 하면서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성매매 업주들은 건물 하나를 통째로 운영하면서 수억원의 비자금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생존권을 요구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에도 강력한 성매매 단속이 있었지만, 변종 업소만 더욱 늘어났다는 비판이 있다.

“업소들도 단속을 피할 방법을 찾지만, 우리도 근원을 잘라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욕조와 침대 등 성매매에 사용한 집기를 압수해 다시 장사를 못하게 하고, 명의사장(일명 ‘바지사장’)이 아닌 진짜 사장을 찾아내 구속시키고 있다. 탈세한 돈에 대해서도 국세청 등과 협의해 추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경찰이 성매매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해 가면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이다.”

이 서장은 경찰대(1기) 행정학과 출신으로, 지난 2006년 경남 거제서장으로 일할 때에도 당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던 ‘바다 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실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벌여 화제가 된 바 있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