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동 해체' 성매매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2008년 8월 11일(월) 6:00
[대전CBS 신석우 기자]

유천동에서 성매매를 하던 A씨는 최근 서구 월평동에서 함께 성매매를 하던 친구 4명과 원룸에서 생활하며 노래방 '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유천동 없애기 사업으로 단속이 강화되면서 A씨는 유천동을 떠나야 했지만 마땅히 갈 곳도 또 할 일도 없었다.

경찰은 자활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당장 생활비도 없고 차라리 노래방 도우미 생활이 마음 편하고 수입이 좋아 이 길을 택했다.

또 다른 성매매 여성 B씨는 유천동을 떠나 충남의 다른 성매매 집결지로 갔다.

B씨는 "이 생활 그만두면 될 것 아니냐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단속이 심해지면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만"이라고 밝혔다.

대전 중부경찰서가 '성매매 여성 인권 유린' 등의 이유로 중구 유천동에 밀집된 성매매 업소 해체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성매매 여성에 대한 대책은 없다.

생계비와 병원 치료비, 학원 수강비 등의 자활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를 위해 확보한 예산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유천동 유흥업소 업주들 역시 “법과 원칙에 따라 유천동을 ‘개선’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업주들 역시 그에 동의해 각서까지 작성했다”며 “하지만 정작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업주들은 이어 “경찰이 전방위적인 단속을 통해 유천동을 고사시키겠다고 나섰지만 업주나 성매매 여성들은 유천동을 벗어나 다른 지방 혹은 대전의 다른 지역에서 똑같이 성매매에 나서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는 ‘우리 동네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님비 현상과 다를 게 없다”고 성토했다.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유천동 업소들이 문을 닫았다고는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강력한 단속을 통한 고사 뿐 아니라 여성들이 유흥업소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