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홍등가에 사람들 발길 '뚝'

불꺼진 홍등가에 사람들 발길 '뚝'
조선일보|기사입력 2007-10-30 03:07 |최종수정2007-10-30 14:42

서울 집창촌 '사형선고' 후…

업소들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거의 '끝물'

청량리는 역세권, 미아리·천호동은 뉴타운으로

‘청량리 588(동대문구 전농동)’, ‘미아리 텍사스(성북구 월곡동)’, ‘천호동 텍사스(강동구 천호동)’.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지역이던 이들 동네는 최근 1~2년 사이 모두 관할 구청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민선 구청장들은 너나할것 없이 “집창촌을 몰아내고 쾌적한 주거·상업지역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언하고, 다양한 개발 청사진을 내놓았다. 현재 이들 집창촌들은 어떤 모습일까?

◆300여 업소 70여곳으로 줄어든 ‘588’

지난 26일 오후 11시30분. ‘청량리 588’의 입구 격인 동대문구 전농동 성바오로 병원 부근. 예전같으면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을 금요일 밤 시간이지만, 철길 굴다리에서 병원 부근까지 이어지는 300여m 거리는 썰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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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리 민자역사 조감도

대로변으로 나있는 점포 중 특유의 분홍색 조명을 켜 ‘영업중’임을 알리는 가게는 한 곳뿐이었다. 철길 변 골목 안쪽으로 10여 개 업소가 다닥다닥 나붙어 환하게 불을 밝혔으나, 발걸음을 하는 이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곳을 지나는 262번 버스 승객 김윤정(27)씨는 “구청에서 여기가 단박에 없어질 것처럼 대대적으로 선전해 그런줄 알았더니 아직은 아닌 것 같다”며 “유치원 다니는 조카와 함께 버스를 탈 때면 항상 민망하다”고 말했다.

대로변부터 골목까지 200~300곳에 달했던 성매매업소는 현재 71곳으로 줄어들었다. 동대문구는 올해에만 7곳을 폐쇄·철거했고, 17곳에 대한 매입 보상을 끝냈다. 내년 상반기까지 ‘588’을 관통하는 현재 폭 8m 도로(답십리길~롯데백화점)를 32m 너비의 고가도로로 만들어 철길 위로 답십리 방향으로 직접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 주변을 현대적인 청량리 역세권으로 만든다는 개발계획을 세웠지만, 개별 업소 보상이 얼마나 신속하느냐가 관건이다.

동대문구는 “공사 중인 청량리 민자역사가 예정대로 2010년에 완공되고, 경춘선 복선전철이 뚫리면 역세권이 확대돼 집창촌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아리 텍사스도 ‘끝물’

단체 손님이 버스를 대절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던 성북구 월곡동 88번지 일대 ‘미아리 텍사스’. 270여 곳의 업소가 영업하던 이곳은 2004년 9월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데 이어 뉴타운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업소는 50여 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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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아리 텍사스 재개발 조감도

성북구는 지난 2003년 5월 성매매 지역을 포함해 미아사거리 일대 31만5000㎡를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성매매 업소 자리에 2011년쯤 최대 40층 높이의 빌딩과 주상복합 건물들을 세우고 공원도 들인다는 계획이다.

성매매 지역 동쪽은 업소 25곳의 토지보상 및 매입절차가 마무리돼 이르면 올해 말 첫삽을 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쪽의 경우 구역 지정도 되지 않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절멸’ 직전의 ‘천호동 텍사스’

‘천호동 텍사스’로 알려진 강동구 천호4동 423번지 일대는 집창촌 중 쇠락속도가 가장 빠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170여 개 업소에 2000여 명 이상의 종사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17개 업소 50여 명으로 사실상 ‘절멸’ 직전이다. 강동구는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뒤 텍사스촌 입구에 폐쇄회로가 설치되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거의 끊겼다”며 “보건소에서 정기 검진을 나오던 일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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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호동에 추진 중인 쌍둥이 고층 빌딩

천호동 성매매 지역은 천호·천호신·동서울 등 세 곳 재래시장과 맞물려 있다. 이들 지역을 포함한 천호동 일대 41만2000㎡가 뉴타운 지구로 지정됐다. 강동구는 “집창촌은 물론 재래시장까지 포함한 부지에 2012년까지 49층 높이의 쌍둥이 고층빌딩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