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외국인 여성 '인권 사각' 중 '사각'

성매매 외국인 여성 '인권 사각' 중 '사각'
부산일보 | 기사입력 2007-10-24 11:57

부산 500명 이상 추산 불법체류 보호 못받아 현황 파악·지원 시급

#1 인터넷으로 한국 취업을 알선받고 입국한 러시아 여성 A씨. 브로커 일당은 그녀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강제로 울산의 한 원룸에 감금해 놓고 성매매를 강요했다. A씨는 함께 입국한 러시아 여성의 도움을 얻어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고 성매매상담소의 도움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 승소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2 국제결혼으로 입국한 또 다른 여성 B씨. 호객 행위를 하다 인근 업주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머리를 크게 다쳐 상담소를 찾았다. 그러나 폭행 사실을 경찰에 알릴 경우 성매매도 드러나 거주비자(F-2)가 거부될 수 있다는 걱정에 업주를 고소하지 못한 채 상담소의 도움으로 치료만 받고 되돌아갔다.

부산지역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외국인 여성의 수가 최대 500여명에 달하고 있으나 현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인권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어 지원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소장 정경숙)이 지난해 6월부터 부산 동구 초량 외국인 상가(텍사스 거리) 지역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 지역 89개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300여명의 외국인 여성이 집결지를 이루고 있는 등 부산에서만 500여명의 외국인 여성이 성매매에 종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외국인 여성들은 예술흥행비자(E-6)나 단기여행비자를 발급받아 외국인 전용클럽 등에서 일해 왔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인권침해를 당하더라도 강제출국에 대한 두려움 등 때문에 경찰 신고를 통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소장은 "최근 외국인들을 위한 지원 대책이 늘어났으나 주로 결혼 이주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에게 집중돼 외국인 성매매여성들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인 성매매여성 현황을 시나 경찰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들을 지원하는 현장단체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지역 외국인 성매매여성의 증가 현상은 러시아, 필리핀 등 빈곤지역 여성들이 국내에 들어와 성 착취에 시달리면서 세계적으로 여성빈곤을 가중시키고 국제적인 인신매매를 조장하기 때문에 국제 문제로 인식해야 할 것으로 제시됐다. 이 때문에 관련 국가의 민간단체들 사이에 핫라인 개설 등 국제적 대응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살림'은 성매매방지법 제정 3주년을 기념해 25일 부산시가 시청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하는 '해외 성매매 현실과 반성매매 운동을 위한 국제연대 방안 모색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실태조사 및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승일기자 do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