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서울 장안동 성매매 밀집지역]경찰에 뇌물 준 업소 버젓이 영업

[현장취재-서울 장안동 성매매 밀집지역]경찰에 뇌물 준 업소 버젓이 영업
내일신문|기사입력 2007-11-05 17:27 |최종수정2007-11-05 17:51

[내일신문]

동대문경찰서, 업주 구속하고도 단속 손놔 … 안마·마사지업소 불야성

“업소주인 경찰에 정기적으로 뇌물, 단속 빠져”

“경찰, 범죄 알면서 단속안하는 것은 직무유기”

경찰관에게 뇌물을 줬다가 업주가 구속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불법 성매매업소가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동대문경찰서는 이 업소의 주인이 불법성매매를 한 혐의를 잡고서도 ‘업소폐쇄권한이 없다’며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기자가 지난 1일 밤과 3일 새벽 두차례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의 안마업소가 밀집한 지역을 현장취재하면서 확인한 것이다.

◆지하부터 3층까지 통째로 불법성매매 현장 = 동대문구 장안동 안마업소 밀집지역의 대로변에 있는 ‘ㅍ휴게텔’은 지하와 3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성매매에 이용되는 곳이다. 기자는 지난 3일 새벽 1시쯤 이 업소를 직접 찾았다. “일본인을 접대하기 위해서 왔다”며 성매매 여부를 물어보니 이 업소의 영업실장이라는 사람은 “물론 가능하다. 몇 명이나 오냐”며 내부를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업소의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된 침대와 ‘스파’라고 하는 목욕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기자가 이 업소를 찾아가기 불과 3일전인 지난달 31일 이 업소 주인 윤 모(여·49)씨는 경찰관에게 뇌물을 주고 불법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이 경찰서 진 모 경사와 장안지구대 소속 이 모 경사에게 각각 970만원과 380만원을 준 주인 윤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성매매 사실을 알고도 건물을 임대한 건물주와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은 성매매업소에 대한 폐쇄권한이 없다”며 “우리가 임의적으로 업소의 영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물안에서 불법적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은 경찰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업소 인근에서 만난 주민 최 모(58·자영업)씨는 “경찰이 범죄사실을 알면서도 단속을 안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경찰 순찰차를 업소 앞에 배치시켜 영업을 못하게 해서라도 단속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 밤 성매매로 불야성, 단속은 ‘무풍지대’ = 서울 지하철 5호선 장안평역과 장안동 4거리에 이르는 500여 미터의 대로변으로 60여개의 안마·마사지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 소규모 퇴폐이발소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이 지역은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주요 집창촌이 쇠퇴해지면서 명성을 높여가고 있는 곳이다.

기자가 이 지역을 찾은 지난 3일 새벽에도 이 곳은 밤새 불야성을 이뤘다. 성매매가 가능한지 찾아간 8곳의 안마·마사지 업소는 모두 여성과의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일부 업체는 “오늘은 금요일 밤이라 손님이 많아 조금 기다려야 할 것”아라고 말했다. 대로변에서 10명의 호객꾼을 만났다. 조 모(34)씨는 “이곳 업소는 대부분 여성종업원을 상주시키며 영업을 하고 있어 단골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이 지역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일부 마사지 업소는 일본어를 표기해 놓고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이곳에서 횟집을 하는 한 모(여·54)씨는 “5개월간 장사를 했는데 일본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대부분 이곳에서 안마를 받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현장취재 과정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고 인근 장안지구대에 전화로 신고했지만 경찰은 알아보겠다는 답변만 하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장안지구대는 이번 뇌물사건에 일부 경찰관이 연관돼 조사를 받고 있는 곳이다.

정미래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경찰과 업소의 유착이 장안동을 유명한 성매매 밀집지역으로 키웠다”며 “경찰의 자기반성과 함께 업주에 대한 처벌을 보다 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수 기자 kfox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