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신매매 동유럽여성에 첫 보상

영국, 인신매매 동유럽여성에 첫 보상
한겨레|기사입력 2007-12-17 03:27

[한겨레]  영국 정부가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끌려온 외국인 성매매 여성들에게 사상 처음으로 피해 보상금을 지급했다.

정부 범죄피해보상위원회가 동유럽 출신 성매매 여성 4명에게 14만파운드(2억6천만원)가 넘는 보상금을 지난주 지급했다고 일요신문 <업저버>가 16일 보도했다. 범죄피해보상위원회는 인신매매 희생자들을 대변하는 런던 소재 법률회사 로벨스에 수천명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외상을 ‘공식 인정한다’고 밝혔다. 위원회의 새로운 결정에 따라 1만명에 이르는 다른 인신매매 피해자들도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에 보상금을 받게 된 성매매 여성들은 국제 성매매 조직과 연계된 영국 범죄조직에 의해 불법으로 끌려온 동유럽 여성들이다. 이들 중에는 5년 전 13살의 나이로 밀입국한 여성과, 2003년 16살의 나이로 인신매매된 여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지난해 초 범죄조직으로부터 도망치기 전까지 감금당한 채 강제매춘과 집단강간, 구타에 시달렸다. 이들은 심지어 돈 한 푼 받지 못했으며, 도망갈 경우 살해될 수 있다는 협박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들은 1인당 1만6500~6만2천파운드까지 보상금을 받았다.

최근 영국은 인신매매의 증가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 내무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성 착취를 당하고 있는 불법 이민자는 4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신매매 여성 지원단체들은 1만건 이상 될 것이라며, 밝혀진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영국내 소아성애자 집단과 연계돼, 피해 여성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특성도 나타나고 있다. 인신매매 여성들을 지원하는 기구 ‘포피 프로젝트’는 서아프리카, 중국 출신의 어린 소녀들이 순결을 잃은 뒤 매춘 시장으로 팔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들 중에는 심지어 8살짜리 소녀도 포함돼 있다.

이번 정부의 보상 결정에 따라 피해 여성들은 본국으로 즉각 송환되지 않고 당분간 영국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인신매매 여성들을 지원하는 기구 ‘포피 프로젝트’는 “엄청난 약진”이라며 환영했다. 포피 프로젝트의 줄리 바튼은 “과거 여성들은 끔찍한 상황에 대처하거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아무런 재정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피해 여성들이 아무런 지원도 없이 상처를 입은 채 취약한 상태로 본국에 돌아가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결정이 불법 이민을 조장하고, 보상금을 노리는 범죄조직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