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녀 선불금 채무 아니다"< 대법원 ..민사..연합

2004/09/15 12:00 송고

"윤락녀 선불금 채무 아니다"< 대법원 >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성매매 피해여성이 윤락업소에 취업하면서 윤락
행위를 전제로 받은 선불금은 민법상 반환을 요구할 수 없는 불법원인급여이므로 채
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성매매 피해여성의 선불금 미변제를 사기죄로 처벌하려면 매우 신
중해야 한다는 지난달 대법원의 형사 판결에 뒤이어 선불금을 악용, 여성들을 옭아
매온 윤락행위 관행을 근절하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15일 유흥업소 주인 배모(62)씨가 종업원 김
모(45)씨를 상대로 낸 가불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하면서 오히려 김씨에게 3
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윤락행위를 권유.유인.알선.강요.협력한
것은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며 "이 행위자가 윤락행위자에게 갖는
채권은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흥업주나 직업소개소 직원이 윤락행위를 할 사람을 모집하면서 성
매매 유인 및 강요의 수단으로 이용한 선불금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채권"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를 소위 `방석집'에 채용하면서 음란 및 윤락행위를 강요
했다"며 "더욱이 원고는 피고의 모친을 찾아가 합의금으로 500만원을 편취, 정신적
고통까지 끼친 점이 인정되므로 오히려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배씨는 재작년 1월 선불금 1천600만원을 지급하고 매달 140만원의 월급에서 차
감하는 방식으로 김씨를 고용했으나 일을 시작한 12일만에 공무집행방해죄로 지명수
배됐던 김씨가 경찰에 검거되자 선불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배씨는 김씨가 손님들 앞에서 옷을 벗도록 하는 등 음란행위를 시켰고 소위 `2
차'를 강요하면서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월급에서 일정액을 삭감, 김씨는 하루평균
2∼3회의 윤락행위를 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선불금을 변제하지 않은 혐의(사기)로 기소된 윤락업소
종원원 조모(2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선불금이 윤락 강요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강하므로 선불금 미변제만을 이유로 사기죄 처벌은 곤란하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