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위치추적에 업주 손아귀 묶여

휴대폰 위치추적에 업주 손아귀 묶여

■ 성매매 족쇄 이중삼중

“휴대전화가 성매매 여성들의 족쇄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 유준영(25·가명)씨는 지난해 11월 동료 네명과 함께 충북 청주의 한 티켓다방을 탈출했다. 그러나 경찰에게 신고한 뒤 ‘구조’를 기다리던 이들을 가장 먼저 찾아온 이는 다름아닌 업주였다. 업주가 유씨에게 건네준 휴대전화가 상대방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친구찾기’ 서비스에 가입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유씨와 친구들은 어렵사리 재탈출에 성공했지만, 탈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서 이런 친구찾기 ‘괴담’을 자주 들을 수 있다. 룸살롱에서 일하던 김지은(21, 가명)씨는 “친구찾기로 세번이나 업주에게 잡혀온 여성을 봤다”고 말했다. 티켓다방이나 보도방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 사이에는 종업원들을 친구찾기에 모두 가입시킨 뒤 한시간에 한번씩 위치 확인 문자를 받는 것이 흔한 일이라고 한다.

이동통신 정보유출에 숨은곳 노출 다반사
성매매 채무 말소대비 ‘카드깡’ 옭아매기도

성매매 탈출 뒤에도 여성들의 휴대전화 ‘수난사’는 계속된다. 성매매 여성들이 휴대전화를 바꾸더라도 업주들이 이들을 끈질기게 추적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주민등록번호를 확보하고 있는 업주들이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이들의 새 휴대전화 번호와 통화내역을 불법으로 조회해 추적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한 탈 성매매 여성은 “이동통신 대리점의 개인정보 누출이 얼마나 쉬운지 안다”며 “앞으로 절대로 내 이름으로는 휴대전화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당수 업주들은 업소 여성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여러대 개통한 뒤 자신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도 요금을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성 본인을 직접 데려가 ‘합법적’으로 가입시킨 경우, 체납된 휴대전화 요금이 성매매 관련 채무로 인정돼 탕감되기란 매우 힘들다. 쉼터에서 만난 한 여성은 “휴대전화 빚만 백만원이 넘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성매매 여성이 업주에게 진 빚이 채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자, 일부 업주들은 여성들의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업주 본인이 사용하는 편법으로 여성들을 옭아매고 있다. 성매매 여성 이름으로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카드깡을 받아 대량의 현금을 인출한 뒤 이를 갚지 않아 이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것이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