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성욕은 참을수 없는 ‘본능’?

남성의 성욕은 참을수 없는 ‘본능’?

[분석] 전문가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집단 최면”

“결혼 적령기에 있는 18살에서 30살 전후의 성인 남성들이 무려 12년 동안이나 성관계를 가질 기회가 없어져 버렸다”(김충환 국회의원)

“집창촌을 단속하면,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듯 주택가로 스며들 것이다”(김강자 전 총경)

“성매매특별법은 인간의 성욕을 막는, 즉 인권을 침해하는 좌파적 정책”(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세금 낼테니 공창제를 도입하자”(성매매 여성)

이들 주장의 공통된 전제는 ‘남성의 성욕은 본능적이어서 참을 수 없으며, 분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 때문에, 한 성매매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아담과 이브 시절로 올라가야 한다.”

과연 그런가?

부부클리닉을 운영하는 박수룡 정신과 전문의 생각은 다르다.

“남성의 성징 등을 나타나게 하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때문에 남성이 여성보다 성욕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욕이 있다고 해서 이성이 마비되는 것은 아니다. 성욕이 일더라도 이성적으로 판단해 성매매업소를 찾아가는 것만 보아도, 성도착증 환자가 아니라면 상황을 판단하고 제어할 수 있다. 또 이것은 성욕 해소의 방법을 남성이 여자의 몸에다 사정하는 것만으로 굉장히 좁게 적용하는 것이다.”

“참을수 없는 성욕 때문이라고?”…성구매자 55%는 ’기혼남성’

“남성호르몬 때문에 참을 수 없다는 설명은 옹색하다”는 게 의사 박씨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성욕을 해결할 곳이 없어서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성구매자의 55%가 합법적으로 성욕을 풀 수 있는 ‘기혼남성’이라는 게 각종 조사결과다.

5년간 ‘여성의 전화’ 대표를 지낸 신혜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배가 고프다고, 아무 곳에나 들어가 밥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환경과 여건에 따라, 성욕보다 더 본질적인 식욕을 해결한다. 성욕도 그래야 한다.”

서강대 조옥라 교수(문화인류학)는 “성에 관한 한, 철들지 않은 어른들이 남성이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개인의 모든 욕구를 발산한다면 사회가 구성될 수 없다”며 “사회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성을 통제하고 거기서부터 사회가 출발하는 것인데, 그 기반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성매매는 조직범죄다. 다른 사람의 인신을 매매하는 것은 범죄다”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다”는 주장은 성매매를 범죄로 여기지 않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섹스를 돈으로 사고 파는 게 죄다?”(한토마 데미안) 라거나, “내가 도둑질을 했나, 강도질을 했나?”(한 성매매 여성)라는 주장이 그렇다.

인간의 몸을 돈을 주고 사는 사회윤리적 문제를 떠나,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정책국장은 성매매가 범죄인 이유를 말한다.

“성매매는 1:1의 성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조직범죄다. 다른 사람의 인신을 매매하는 것은 범죄다. 성을 구매하는 사람은 불법적인 돈을 벌고 있는 업주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그 돈은 폭력조직을 양산하는 데 쓰인다. 성을 사는 순간,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를 하는 것이다.”

지금 사회는 남성들에게 성욕을 참고, 섹스를 하지 말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신의 성욕을 범죄행위인 성매매로 풀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극단적 사례의 남성이 자위행위를 하든 어떤 방법으로 성욕을 해결하든, 개인의 성욕문제까지 국가가 책임질 수는 없다.”(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

한국사회의 집단최면,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다”

신혜수 대표는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다’는 편견은 한국사회에서 학습됐을 뿐이다”고 단언한다. 한국사회가 그런 집단최면에 걸려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서강대 조옥라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한국사회에서 성에 대한 의욕이 남성을 남성답게 만드는 남성다움의 상징처럼 돼왔다. 성욕이 자기욕구가 아니라, 과시적인 것으로 끊임없이 개발됐다.”

이 때문에 옹녀는 돌을 맞았지만 변강쇠는 배를 내밀고 거드름을 피웠던 것이다. 형사정책연구원 김성언 박사는 “다방과 술집, 여관에서 너무 쉽게 성을 살 수 있는 구조가 성매매를 범죄로 여기지 않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정진성 교수(사회학)는 여성의 할례를 예로 들었다.

“사회적 통념이 남성은 여성과 달리 성욕을 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여성할례를 하면서, 애초부터 여성의 성욕은 없는 것처럼 만들고, 할례를 하지 않으면 창녀가 되는 것처럼 걱정한다. 남성의 성욕은 정당하다고 인식시키고 여성에게는 순결관념을 주입시킨 것이 잘못된 사회인식의 결과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정책국장의 말이다.

“한국사회에는 이중적 성규범이 존재한다. 강도짓을 한 사람이 그보다 더 심한 범죄인 성폭력을 저지른다. 자기를 고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성은 피해를 입었는데도, 순결을 잃은 여성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남성은 성욕을 참을 수 없다”고 ‘자기비하’를 하는 까닭을 이렇게 분석했다.

“남자들이 여성인권을 존중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본능적 욕구를 변할 수 없는 독립변수로 놓고 기득권을 버리기 싫어하는 것이다.”(신혜수 대표)

“성매매 여성은 착취구조에서 재생산되고 있으며, 남성이 성매매를 통해서 여성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려는 것이다”(김성언 박사)

“남성의 성욕은 억제할 수 없다”는 논리의 뿌리는 기생문화

‘남성의 성욕은 참을 수 없다’는 사회적 학습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서울대 정진성 교수의 분석이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1916년 공창제를 선포하게 되었다. 초창기에는 일본여자를 많이 데려왔지만, 1920~30년대를 거치면서 퍼지게 되었고, 그 부작용의 하나가 일본군 위안부다. 해방된 뒤도 그 유산이 남아있다. 그뒤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하면서 여성비하의 성문화를 키워왔다. 일본인들의 섹스관광을 공공연한 외화벌이로 인정해줬다. 또 기지촌은 사실상의 공창제다. 박정희정권 때 한국을 떠나려는 미군을 붙잡으면서, 기지촌을 정비하기도 했다. <동맹속의 섹스>라는 책도 있다.”

서강대 조옥라 교수도 군사문화에서 뿌리를 찾았다. “권위적이고 체면을 중시하는 남성의 허위적 질서체계에서 심리적 억압을 푸는 한국의 탈출구다.”

정진성 교수는 “군대가 여성비하적 성문화를 키우고, 억압된 분위기가 밖에 나와서 여성과의 관계도 폭력적이게 만든다”고 말했다.

“배가 고프다고, 아무 곳에나 들어가 밥 내놔라 하는가”

신혜수 대표는 기생문화에서 문제가 출발했다고 지적했다. “군사문화로 강화됐을 수는 있지만, 결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기생문화에서 비롯된 이중적 성의식이 문제다.”

신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단란주점 등 유흥음식점에서 유흥접객원을 두는 게 기생문화의 잔재다. 특수한 신분의 여성들이 양반의 흥을 돋우려 춤추고 노래하던 신분사회의 잘못된 유산이다. 일본 공창제가 들어온 것도 한 이유다. 룸살롱, 기지촌, 집창촌 등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보수나 나이는 다르지만, 이를 관통하는 것은 가부장제 남자의 성적 재산물로 존재하는 것이다. 기생이던 황진이를 멋스럽게 생각한다. 황진이나 춘향이나, 기생이라는 계층이 존재한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남녀차별 사회가 아니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유층 여성의 성적 대상으로 남성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지 않은가?

이화여대 장필화 교수(여성학)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역사 속에서 관습적으로, 문화적으로 허용됐기 때문이다. 기생문화도 여성의 남성의 보조수단으로 여기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도에서 비롯한 것이다.”

지금 성매매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의는 “남성의 성욕은 억제할 수 없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김 국장의 지적처럼 “성매매의 문제를 말초적이고 감성적으로 볼 게 아니라,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보면서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형사정책연구원 김성언 박사는 “자꾸 문제를 ‘해봐야 안된다’는 수준에서 ‘풍선론’을 주장하면서 머물러 있을 게 아니라, 성매매여성들이 착취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성매매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면서 계몽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남자들의 집단적 자기비하 “우린 욕정을 못참는 하급한 동물”

지난 시절 청상과부는 가문의 명예와 당시 유교적 지배질서 강화를 위해 '수절'을 강요받았다. 명문가의 조건인 '열녀문'을 위해 강자가 약자에게 '인륜'과 '도덕'의 명분으로 가한 사회적 폭력중 하나가 '수절'이라는 게, 여자에게 특별히 억압적이었던 조선시대 성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유교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참을 수 없는 성욕'이 여성에게 기본권으로 전혀 보장되지 않아왔다.

성문화에 대해 이런 태도를 가져온 한국남성은 이중적이다. 자신의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해 법적, 도덕적 규제를 넘어선 관대함을 요구한다. 그 관대함은 염치없음을 넘어 자기비하로 이어진다. 그 단적인 근거는 '성매매라는 범죄행위를 통해서라도 성욕을 풀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을 공당의 국회의원까지 국감장에서 한다는 사실이다.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적 전통이 여전한 한국사회의 남자들이, "우린 성적 욕망을 참아낼 수 없다"고 우기는 것은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