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방지법, '언론과의 전쟁'?

성매매 방지법, '언론과의 전쟁'?
<성매매 방지법의 올바른 시행...> 토론회에서 제기된 불만

김지은(Luna) 기자 ⓒ 오마이뉴스 2004-10-25

"경악을 금치 못할 내용을 방송, 신문, 인터넷언론이 보도하는 경우도 있더라. 언론의 왜곡된 보도가 국민들이 성매매방지법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도록 부추겼다. 이로 인해 성매매 여성들은 탈성매매를 하게 하지 못하도록 한 책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

"특정 언론이 (성매매에 대한) 잘못된 통념에 의한 현상을 보도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 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새 법 시행을 앞두고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있었는데 갑자기 시행하듯 보도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 정미례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

이른바 '성매매 방지법'(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시행 한달을 맞아 25일 오후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성매매방지법의 올바른 시행을 위한 긴급토론회(주최 '성매매없는사회만들기시민연대준비위')>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쏟아낸 불만이다.

성매매 방지법에 대한 보도를 두고 그간 여성단체와 성매매 피해여성의 자활을 돕는 쉼터 활동가 사이에서는 '언론과의 전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반진반의 얘기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과 한국여성민우회가 법 시행 후 한달간의 신문과 방송의 보도 경향을 분석한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민언련, "보수언론 '성매매 방지법 물타기' 보도했다"

민언련이 성매매 방지법에 대한 주요 신문들의 보도 방향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성매매 방지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실효성은... 글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은주 민언련 협동사무처장은 주요 신문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통해 성매매 방지법에 대한 언론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된 지난 달 23일부터 최근까지 주요 일간지의 보도태도를 분석한 결과 "<동아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들은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의 반대 목소리를 주로 반영하면서 법안이 사문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고 밝혔다.

성매매 방지법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보도를 한 신문은 <동아일보>. 민언련은 "동아는 5회 연속으로 기획기사를 싣는 등 보도량이 월등히 많았으나 대부분 업주들의 단속 피하기 실태나 음성화 사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성파라치'(성매매 신고 보상금을 노리는 '전문 신고인')의 부정적인 면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법안에 반대하는 성매매 업소 여성들의 시위와 자살시도를 주로 보도한 반면, 착취와 인권유린이 행해지는 성매매 실태와 법안의 필요성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민언련은 이런 보도행태를 두고 "이러한 보도는 성매매가 마치 유구한 역사를 지닌 관습과도 같아 단속과 처벌은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반복하는 이른바 '법안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이 꼬집어낸 주요 일간지들의 '성매매 방지법 물타기' 방법은 크게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문화를 조장하는 방식 ▲성매매 방지법의 부정적 영향 부각시키기 등이다.

동아 "성매매 방지법으로 평범한 시민의 법적 안정성 해친다?"

대표적인 사례는 동아일보의 기자 칼럼인 <[기자의 눈] '그것'이 법으로 가능할까(지난 9월26일치 보도)>와 <[횡설수설] 성매매특별법 단상(지난 4일치), [횡설수설] 고추장갑(지난 16일치)> 등이다.

민언련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그것'이 법으로 가능할까>라는 기자칼럼을 통해 "(성매매 방지법 시행으로) 오히려 평범한 시민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 성매매 업주외에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과 성을 구매한 남성을 모두 처벌 대상으로 하고 징역형까지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성매매를 관습 정도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가 하면 이 법이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까지 폈다.

또 동아일보는 지난 4일과 16일 '횡설수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서도 성매매방지법 시행으로 일본인 관관객이 크게 줄 것을 우려한다거나 에이즈가 확산될 것을 걱정하면서 이 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동아일보는 성매매 방지법 시행 한 달을 평가하는 기획기사인 <성매매특별법 한달(지난 18일)>을 통해서도 음성화, 원정매춘 등을 보도하며 법에 대한 반대여론을 전하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다는 것이 민언련의 지적이다.

중앙·조선, "성매매가 마치 개인적 영역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

<중앙일보>도 '성매매'를 마치 성인 남녀의 합의 하에 이뤄지는 개인적인 성관계인 것처럼 호도했다.

민언련에 의하면, 중앙일보는 지난 13일치 칼럼 <도덕주의와 만난 법의 함정>이란 칼럼을 통해 " 개인의 윤리와 도덕의 문제까지 법이 시퍼런 칼날을 들이대고 개입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며 성매매를 '개인의 영역'인 것처럼 제한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지난 14일치 기사 <[만물상] 총각들의 저녁식사>를 지적하며 "조선은 이 기사를 통해 '연인에게서 사랑과 욕구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총각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미혼 남성의 성구매를 당연시하는 듯한 보도를 했다"고 꼬집었다.

"방송뉴스도 성매매 여성과 여성단체간 대립인 것처럼 보도"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모니터팀은 "지난 달 23일부터 지난 17일까지의 지상파 방송(문화방송, 한국방송공사, 서울방송) 보도를 분석한 결과, 세 방송사 모두 성매매 방지법에 대한 부족한 인식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민우회는 "방송뉴스의 경우 사건·사고 보도에 지나치게 치중했다"며 "3사 모두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와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장면을 연속 편집해 '공권력과 성매매 업주와의 대립양상'이 아닌 '성매매 여성과 여성단체의 대립'으로 보도하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여성민우회는 방송뉴스에 대해 ▲성매매 방지법의 취지와 구조요청 방안에 대한 정보제공에 앞장서 줄 것 ▲성매매 근절의 문제를 인권 보호의 차원에서 접근해 희망적인 시선을 유지해 줄 것 ▲성매매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 문제를 분리해 보도할 것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 및 국가적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해줄 것 등을 당부했다.

<"백번도 넘게 들은 질문... 답은 하나" 이금형 과장, 특별단속 기간 이후 경찰의 성매매 단속 의지 재천명 >

"백 번도 넘게 들은 질문이다."

'성매매 방지법에 대한 경찰의 특별단속기간 이후의 단속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 과장의 첫마디다. 25일 오후 열린 <성매매 방지법의 올바른 시행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이 과장은 질의·응답 시간을 이용한 방청객의 질문에 한두번이 아니라는 듯 이렇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과장의 답은 언제나 같은 듯. 이 과장은 "성매매 특별법의 효력은 특별단속 기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며 "산업화, 조직화하는 성산업을 강력히 단속하고 인권유린 업주를 엄벌하기 위해 법 집행기관으로서 차질 없도록 할 것"이라고 답해 다시한번 경찰의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날 이 과장을 곤혹스럽게 한 질문은 또 있었다. 바로 일선 경찰과 업주와의 유착비리 의혹에 대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서도 이 과장은 "사실 이 법과 관련해 많이 듣는 단어가 '유착비리'"라며 "법이 시행되면서 청장님까지도 '경찰(의 부정 사례)부터 나오게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이 과장은 이어 "10만 명이 넘는 경찰관이 모두 같을 수는 없겠으나 성매매 방지법에 대한 내부 교육을 실시하는 등 의식전환에 힘쓰고 있다"며 "성매매 사건을 다루는 경찰의 의식이나 관행도 시간이 지나면 많이 바뀔 것이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menu=c10800&no=193421&rel_no=1&back_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