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금지, 무지와 오해에 대한 답안

성매매금지, 무지와 오해에 대한 답안

[현장] 성매매방지법 관련 여성단체 긴급토론회

“자발적 성매매가 왜 범죄인가?”, “성매매는 사회적 필요악이다”,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 9월23일 ‘성매매방지법’ 시행 뒤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논란의 쟁점이다. 사회적 필요악이라는 성매매불가피론자들의 주장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성매매여성들과 업주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성매매 근절에 대한 답을찾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성매매 없는 사회만들기 시민연대 준비위원회’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성매매방지법의 올바른 시행을 위한 긴급토론회’ 가 열렸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가 현장을 찾았다.

이날 토론회는 전체적으로 성매매방지법 시행 한달을 맞아, 지금까지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보완점을 찾는 자리였다. 현재 진행중인 논란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진영의 해결방안도 제시되었다. 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선임연구위원과 정미례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 등이 발제에서 주로 의견을 밝혔다.

-“자발적 성매매가 왜 범죄인가?”

=피해자가 누구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확실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다. 피해자는 성매매 착취고리에 얽혀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이다. 개인의 문제지만, 성을 사기 위한 금전의 지급을 매개로 한 권력관계에 있을 때는 폭력의 하나이며, 인권침해로 인한 사회적 문제이며,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인 여성권익의 문제다. 세계 각국도 인신매매, 착취고리에 있는 중간매개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성적 착취행위로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차별적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다.(변화순)

**성매매 허용 사회일수록 성폭력 많아 한국사회 성폭력 세계2위

-“성매매는 사회적 필요악이다”라는 주장의 허구

=“성매매 여성에 대한 혐오증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성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논리가 재생산되고 있다. 성매매가 허용된 사회일수록 성폭력 발생빈도가 높아서, 우리 사회의 성폭력 발생률은 세계에서 두번째다. 남성들의 성적 욕구는 자연적 현상으로 성적욕구를 배출할 배설기관으로 성매매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성혐오와 남성중심적인 성의식을 대표하는 것이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변화순)

**공창제 도입요구는 폭력행위와 조폭 공인해주자는 논리

-“공창제를 도입하라”는 주장에 대해

=“여성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인정과 여성빈곤과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대안을 찾지 않고, 성매매를 인정하자는 것은 폭력행위와 조직범죄를 인정하자는 것과 같다. 불법집단들의 주장에 국가가 굴복하여 손쉽게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성산업구조 속에서 조직적으로 관리, 통제되기 때문에 결코 직업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 가부장적 신념을 영속화하는 데 기여하고, 여성이 남성을 위한 성적 존재로 대상화되는 남성중심성, 남녀에게 제공되는 고용기회의 차이와 그에 따른 경제력의 차이는 성매매를 구성하는 주요요인이다. 성매매가 지속되는 한 여성의 종속적 지위는 변화하기 어렵다.”(변화순)

**성매매 여성 생존권과 공창제 주장은 알선업자의 이익을 위한 것

-“성매매 여성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에 대해

=“여성들의 생존권은 계속 성매매 현장에 남아있는 생존권이 아니라, 성매매 현장으로부터 나오고 그만둘 수 있는 생존권을 말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어떤 행위도 사회적인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공창제 주장은 알선업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성매매여성들이 업주들의 착취와 통제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 대안이다.”(정미례)

-“경기침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해

=“성매매 관련산업으로 국가가 발전해왔다면, 이제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그 피해여성의 권익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향락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그것으로 인해 망하지 않았는가?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로 인하여 여성들이 향락산업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성산업구조로 유인되는 과정을 고민해야 한다.”(변화순)

-“성매매 방지법으로 달라진 게 뭐가 있나?”는 주장에 대해

=“성매매가 반인권적 범죄로, 성매매를 알선하고 착취해온 업주들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고, 성매매 여성은 사회·구조적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성매매를 사회적 담론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접대 후 성매매 업소 이용이 줄어드는 등 접대문화도 달라졌다. 성매매 여성들이 현장상담과 지원시설에 도움을 요청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변화순, 정미례)

-“최대 150만명에 달하는 여성과 성매수자를 다 검거할 것인가?”는 주장에 대해

=“모든 대상을 다 처벌할 수는 없다. 처벌뿐만 아니라, 사문화되었던 법이 집행을 철저하게 함으로써 일반 시민에게 예방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변화순)

길거리 시위에 나선 성매매 여성들의 주된 요구는 ‘먹고 살 빵을 달라’는 생존권 보장 요구였다. 그만큼, 이날 토론회에서도 성매매피해 여성에 대한 생존권 보장을 위한 직업 및 재활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무부 이영주 여성정책담당관은 집중단속 뒤 보호시설 수용능력의 한계, 한정된 지원금, 일자리 창출 부족 등을 지적했다. 이 담당관은 “성매매 피의자에 대한 상담위탁처분, 치료위탁처분 등도 명확한 관련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YMCA 연맹 여성특별위원회 이석행 위원은 “성매매 여성들이 대안적 직업을 찾는 데 사회적 비용을 적극 투입하고, 재활센터 강화 등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미례 공동대표도 성매매 여성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의료·법률·생계 지원 등 종합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성부는 지난 9월23일 법시행 뒤 167명이 지원시설에 들어갔으며, 올해 62억원, 내년 95억원 등 피해여성보호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직업훈련 강화 등 각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봉협 여성부 권익증진국장은 “단기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장기적 과제로 대책을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성매매 방지법 시행 뒤 언론보도의 문제점도 자주 지적됐다.

김은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협동사무처장은 “언론이 법안 흔들기 및 물타기식 보도를 하고 있다”며, <동아>·<조선>·<중앙일보> 등의 보도사례를 대표적 경우로 지적했다. 김 협동사무처장은 특히 <동아일보>가 지난 18일부터 5회 연속 보도한 “성매매특별법 한달” 기사가 법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김 협동사무처장은 “수구언론들이 착취와 인권유린이 행해지는 성매매 실태와 법안의 필요성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단속과 처벌은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되풀이 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권지연 팀장도 “방송에서 사건·사고 중심으로 보도하거나, 성매매산업에 대한 가부장적 편견 등으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성매매방지법의 취지 및 구조요청 방안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권보호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 등 구조적으로 접근해 희망적 시선을 유지할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이명숙 변호사는 최근의 ‘선불금’ 무효 판례 등을 들고,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선불금 등과 관련해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가해자가 (선불금을 빌리게 된) 원인을 제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책임을 지우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미례 공동대표는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피해자로 보호될 수 있도록 경찰과 수사기관이 법에 대한 해석을 넓게해 여성들이 처벌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금형 경찰청 생활안전국 여성청소년 과장은 지난 한달간 성을 산 남성 2352명, 성매매 업주 849명 등 성매매방지법 피의자 4365명을 집중 단속했으며, 그 결과 30~40대 남성이 1467명으로 62%를 차지했고, 회사원이 975명으로 41%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한달이 지났다고 끝내는 게 아니라,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여성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5000000/2004/10/0050000002004102610080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