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성매매여성 선불금 대출은 무효”

대법원 “성매매여성 선불금 대출은 무효”
한겨레 | 기사입력 2007-10-01 20:51

[한겨레] 성매매 여성의 선불금으로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금융기관이 이들 여성에게 돈을 대출해 줬다면 갚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1년 9월 울산 ㅅ신용협동조합 이사장 김아무개씨는 대출이 제한된 유흥업소(룸살롱) 업주 및 여종업원을 상대로 고금리(연 36.5~60%) 수익을 얻기 위해 대출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ㅅ신협은 이듬해 11월까지 업주 및 여종업원 962명에게 1인당 평균 3천만원씩, 모두 292억여원을 대출해 줬다. 이는 당시 ㅅ신협 부실채권의 79%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결국 ㅅ신협은 2003년 5월 파산했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예금보험공사는 3천만원을 대출해 간 여종업원 권아무개(34)씨와 권씨의 대출보증을 선 업주 부부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권씨의 대출금은 형식적으로는 신협의 대출절차를 빌렸지만, 실질적으로는 업주가 권씨로 하여금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강요하기 위한 선불금으로 사용됐으며 대출 담당자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업주 부부만 원금과 이자를 갚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의 이런 대출행위는 업주 대신 여종업원들에게 고리의 선불금을 대신 지급해 이자를 챙기는 ‘전주’의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도 예금보험공사가 권씨를 상대로 낸 상고심에서 “민법이나 대법원 판례를 볼 때 성매매를 하도록 권유·알선하는 행위는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며 이에 대한 채권은 계약형식에 관계없이 무효라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