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은 범죄 ‘피해자’…‘관리대상’ 편견부터 떼야

성매매여성은 범죄 ‘피해자’…‘관리대상’ 편견부터 떼야
국정브리핑 | 기사입력 2007-09-26 13:30

“나는 돈 이런 것을 떠나서 사람 보는 눈, 사람 대하는 눈이 달라졌다. 사회를 보는 관점도 바뀌었다. 보는 눈이 더 커지고 넓어졌다. 우물 안 개구리였는데….”
“그동안 웃을 일도 없었지만 웃을 줄 몰랐는데 이제야 웃기 시작했어요. 동료들이 저를 따뜻한 사람이라고 인정해주는 것도 기쁘고요. 제 마음과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하니까 제 몸도 건강해지는 것 같고, 결국 제 인생도 밝게 변하겠죠.”

정부의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탈 성매매’ 여성들은 자신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과 뜻있는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삶에 끼친 영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선도해야 할 윤락여성’에서 ‘피해자’로

2004년 9월 23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성매매방지법의 제정과 시행은 성매매를, 엄밀히 말하자면 ‘성매매알선과 구매 행위’를 명백한 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선불금에 의한 착취와 감금, 폭력의 고리에서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자는데 우리 사회가 합의한 결과였다. 법 시행으로 성매매 여성은 ‘선도해야 할 윤락 여성’에서 ‘피해자’로서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 됐다.

이후 성매매피해자 지원을 위한 상담소와 쉼터, 자활지원센터 등으로 불리는 지원시설들이 전국적으로 95개로 확충됐다. 또 자활에 필요한 의료적, 법률적 지원과 직업훈련과 진학교육 지원, 신용회복 지원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새로이 도입돼 정착돼 왔다. 성매매 현장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적어도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의 굴레를 벗어나 평범한 사회인의 삶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국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식도 매우 성숙해졌다. 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데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 주고 있다. 최근 언론 등이 보여주는 자활 지원 정책에 대한 관심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탈성매매여성을 ‘사후관리’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중 일부 사람들은 정부 지원을 받던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정책 담당자로서 망연자실해진다. 혹자는 ‘(정부가 생계를 보전해 줄 정도로 지원을 못 해주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음성적 성매매로 다시 유입됐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이들에 대한 ‘사후 관리’ 방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지난 3년 동안 제기된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도 성매매 여성에 대한 선입견으로 가득 찬 것이 대부분이었다. 성매매의 확산과 음성화, 성병, 해외 원정 성매매 등의 문제를 성매매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이면에는, 한 번 성매매한 여성은 그보다 더한 수입이 주어지지 않는 한 성매매를 결코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존재한다.

기실 필자는 때때로 정책의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정부 지원을 받던 수많은 여성을 ‘관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는 불가능하다. 필자가 보기에 성매매 피해자가 자활 과정에서 사회에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은 자신을 믿어주고 격려해주고 평범한 구성원으로 받아주는 것이다.

며칠 전 만난 어느 성매매 경험이 있는 여성은 “우리에게 자활이란, 성매매를 하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며 “성매매를 할 때는 몰랐는데, 성매매를 벗어나고 나니 끊임없이 사회가 우리를 분리시키려 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사회는 성매매 피해자를 평범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 번 당사자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자.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성매매의 굴레에서 벗어나, 단 하나의 꿈이 있다면 단지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인 사람에게, 다시 만난 사회가 성매매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면서 성매매하지 않고 ‘건전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캐묻고, 확인하고, 기록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을 두 번 죽이는 행위가 아닐까?

바꿔서 성 구매 초범에 대해 법무부가 실시하는 ‘존스쿨 교육’ 수료자를 대상으로 성 구매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지 ‘관리’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제 그들에게 우리가 달아준 꼬리표를 떼자. 알선업자들에게 성매매가 ‘손쉬운 돈벌이’가 되도록 우리 사회가 허용하는 한, 평범한 우리의 딸과 누이들은 언제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난 9월 19일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성매매 여성의 지속 가능한 자활을 위한 대안 모색’ 심포지엄에서 만난 한 여성의 말을 옮기는 것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의 자활을 원한다면 그들의 자활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가 성매매 구조를 제대로 바라보고 알선자들과 구매자들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권용현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