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도박·성매매는 왜 불법으로 단속할까요?

마약·도박·성매매는 왜 불법으로 단속할까요?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10-05 04:25

원어민 영어강사들 ‘환각 수업’〈조선일보 9월 6일자 A14면〉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어학원 원어민 강사들이 상습적으로 대마수지(樹脂·대마 진액을 주원료로 만든 환각제)를 피우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중략)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5일 캐나다 출신 강사로 대마수지 중간공급책 역할을 한 S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대마수지 공급책인 A(34·가나)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기사 중 일부 발췌)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대마 피운 강사, 마약 투여 가수, 불법 도박 개그맨, 성 매매 안마시술소…. 뉴스를 장식하는 내용 중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손님들 중에는 마약, 도박, 성 매매 등이 있습니다.

사회는 이들을 불법재화(illegal goods)로 지정하고, 소비를 금지시킵니다. 하지만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재화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왜 이러한 재화를 불법으로 지정해야 하는지, 이들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경제학은 어떻게 답하는지 살펴봅시다.

담배나 술과 달리 마약, 도박, 성 매매 등은 왜 불법일까요

담배나 술은 개인이 즐기기 위해 소비하는 재화입니다. 그런데 옆에서 담배를 피워 연기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술 취한 운전자의 차가 지나가는 행인을 치는 경우가 생긴다면 담배나 술을 소비하는 순간 개인이 즐겼던 효용에 비해 사회가 누리는 효용은 훨씬 적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재화를 음(-)의 외부성이 있는 재화라 하는데요. 정부는 이런 재화들을 소비하는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이 수입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사회적 효용을 만회하려 합니다. 담배나 술이 원가(原價)에 비해 훨씬 비싼 것은 그 가격에 많은 세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담배나 술과 달리 마약, 도박, 성 매매 등은 왜 불법일까요. 그 이유는 이들 재화를 소비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서, 개인의 효용에 비해 사회적인 효용이 매우 낮은 것을 지나쳐, 사회적 효용이 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소비를 아예 근절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불법으로 지정하고 어길 경우 처벌하는 것은 소비 근절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지요.

이들을 근절시킬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 도박, 성 매매 등은 불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소비한 범법자가 자주 보도되는 것은 이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계속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불법인데도 수요가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중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번 소비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계속 소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지요. 가격이 올라도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비(非)탄력적인 재화라고 말할 수 있지요.

한편, 이들 재화의 공급이 계속되는 이유는 비탄력적인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범법 행위가 발각되지만 않는다면 공급자들이 큰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불법 재화의 소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수요나 공급을 없애야 하는데, 수요는 매우 비탄력적이므로 없애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공급을 없애야겠지요.

공급을 없애는 방법은 적발 시 처벌 수위나 적발 확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많은 경찰력을 사용하고, 단속기술을 개발하고, 처벌에 필요한 제도와 시설을 만들고, 단속자와 범법자의 유착을 감독하는 등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재화를 모두 불법으로 금지하는 것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법으로 양성화하되, 엄청난 세금을 부과하여 그 소비량을 줄이고, 여기서 생기는 세입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사회적 효용을 높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불법’이란 명명의 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나라가 마약, 도박, 성 매매 등을 법으로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불법’이라고 명명함으로써 얻는 수요 억제의 효과 때문일 것입니다.

수요를 줄이는 것은 어렵지만, ‘불법’이라고 낙인찍어 소비를 시작조차 하지 않게 하는 것은 비교적 쉽게 잠재적인 수요자를 줄인다는 것이지요.

사회마다 이들 재화의 소비를 억제시키기 위한 최선책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는 ‘불법’이라는 명명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잠재적 수요자의 수, 이들 재화의 수요 탄력성, 소비로 인한 효용과 비용 등에 대한 견해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