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브로커에 500만원 주면 다 해결”

성매매 여성 “브로커에 500만원 주면 다 해결”
한겨레|기사입력 2007-11-21 08:38

[한겨레] 여권 위조 · 불법 밀입국…뒤엉킨 ‘불법 그물’

단속 손길 안미쳐…국제단체 구조활동에도 한계

일본 성매매 업소에 취업하는 한국인 여성이 넘쳐나면서 이들에 대한 인권 침해는 물론 여권 위조, 불법 밀입국 등 온갖 폐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이국 땅에서 기댈 곳 없는 처지이고, 한·일 두 나라 당국의 손길도 이들에게까지 미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성매매 업소에 취업한 뒤 현재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본에 머물고 있는 김미선(24·가명)씨는 “1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경찰의 단속을 받은 적이 없다”며 “경찰이 성매매 현장을 덮치더라도 ‘애인 사이’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성매매를 위해 돈을 주고받는 현장을 경찰이 포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보통 텔레뱅킹이나 카드로 미리 계산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일본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다 적발된 한국인 업주는 지난 2004년 9명, 2005년 15명, 2006년 39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도쿄 우그이스다니 지역에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200여 출장 성매매 업소가 있는 점에 비춰 이런 적발 건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처럼 단속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보니 일본 내 여권 위조 전문범들은 ‘마음 놓고’ 여권과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심지어는 호적까지 위조해주고 있다. 불법체류자인 김씨에게 ‘어떻게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냐’고 묻자 “브로커한테 500만원만 주면 다 해결해준다”고 말했다.

어려움에 빠진 성매매 여성들이 찾아가 도움을 구할 곳도 마땅치 않다. 성매매 여성 구조활동을 벌이는 국제단체 ‘폴라리스 프로젝트’의 캐서린 천(25) 공동대표는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한다는 한국 성매매 여성들의 상담전화가 도쿄 지부에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직접 만나 상담하는 것조차 꺼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내 한국인 성매매 여성 보호단체는 민간이 운영하고 있는 ‘여성상담센터’와 ‘나눔터’ 등이 있지만, 홍보가 안 된 탓에 이용하는 성매매 여성은 거의 없다. 또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24시간 운영하는 ‘영사콜센터’도 불법체류자 신분의 성매매 여성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일본 내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인 ‘사라의 집’ 김순호 간사는 “한·일 두 나라 경찰의 단속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보니 한국 여성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일본 성매매 업소에 취업을 하고 있다”며 단속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번 성매매 업소에 빠져들면 신체 학대, 임금 체불, 인신매매 등의 위험이 늘 도사리는 만큼 여성들 스스로가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성매매에 나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김연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