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여성노조 모습 첫 공개

성매매여성들이 만든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 조합원들이 대중 행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민성노련은 9월 평택 지역 성매매여성 220명이 만든 노동조합이다. 이 단체 이희영 위원장 등 조합원들은 17일 정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10·17 빈곤철폐의 날 여성행진’에 나와 자신들이 ‘성노동자’임을 주장하며 현 정부의 성매매정책을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정부가 인신매매적 성매매와 자발적인 성매매를 구분해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며 “우리들은 피해 여성이 아니라 성노동자”라고 말했다.

이들의 가장 주된 요구는 성매매특별법을 폐기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일정 지역 안에서 성거래(성노동)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실상의 공창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들의 요구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우선 실정법상 성매매가 불법인 만큼, 이들의 노동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정봉협 권익증진국장은 “성을 사는 이들은 성매매방지법상 범법자로, 근로소득세를 내야 근로자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더라도 성매매여성은 근로자가 아니며, 따라서 노동조합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일정지역 안에서 성매매를 인정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비슷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성매매만 더욱 번성해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성매매방지법을 적극 지지해온 여성단체들은 민성노련의 활동을 적극 반대할 수도, 찬성할 수도 없는 곤란한 형국이다. 무엇보다 남성의 ‘성욕’을 둘러싸고 벌여야 할 사회적 논쟁이 여성 사이의 갈등으로 왜곡돼 비춰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사무총장은 “성매매여성들이 업주들에게서 받는 선불금은 성매매방지법상 불법인데도 이를 갚기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 등 민성노련의 활동이 성착취를 유지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찬반 여론을 형성하는 것 자체가 여성인권 진영의 분열로 비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남성 성욕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 제기 없이 성매매나 성노조에 대한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우리나라 남성들의 지나친 성의 욕망을 먼저 돌아보는 담론이 생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오는 21일 여성주의 사이트 언니네(www.unninet.co.kr)는 성매매와 성노동에 대한 월례포럼을 갖기로 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민성노련 이희영 위원장은 “단체협약과 상담 등 활동을 통해 우리 스스로 정체성, 주체성을 갖는 일을 서서히 해나가고 있다”며 “빈곤의 문제, 성의 상품화 등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먼저 봐달라”고 말했다.

한겨레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