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여성, 업주 협박에 자살 -일다

성매매 피해여성, 업주 협박에 자살

다시함께센터, 성매매특별법 정착 필요성 강조

문이정민 기자
2004-10-04 00:09:25
10월 2일 토요일 새벽.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던 22세의 성매매 피해여성이 자신이 거처하던 자취방에서 전기줄로 목을 매고 자살했다. 이 여성은 자살 이전에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를 내방해 자신이 처한 성매매 현실의 암담함에 대해 호소, 탈성매매를 희망한 바 있다.

보증채무, 각종 벌금, 협박에 시달려

다시함께센터가 발표한 상담내용에 따르면, 피해여성 박모씨는 돈을 벌기 위해 경기도 용인 모 안마시술소에 선불금 없이 들어갔으나 마담의 1천만원에 대한 보증채무까지 지도록 강요 받고, 충격적인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또 돈을 벌기는커녕 콘돔을 방에 보이게 놓아두면 벌금 백만원, 손님 얼굴에 마사지를 하지 않으면 벌금 오십만원, 매월 방세 백만원 등 터무니없는 이유로 화대를 갈취당했다.

업소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박씨에게 다시함께센터는 당분간 쉼터에서 안정을 취하고 직업교육을 받을 것을 권유하고, 안마시술소에서 착취당한 돈에 대해서는 업소에 대한 고소 등을 통해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박씨는 안마시술소 마담에게 지속적인 협박과 위협에 시달렸다. 업주 측은 “여성단체를 통해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는 박씨에게 “너 눈에 띄면 보이는 대로 죽여 버리겠다. 신고해봐라. 나는 아는 경찰도 많고, 그 경찰들한테 지금 다 손을 써 놨다. 난 빽도 많고, 검찰이나 경찰이나 그런 사람들한테 다 손을 써놔서 네가 아무리 신고해도 소용이 없다”고 위협했다.

겁을 먹은 박씨는 10월 1일, 다시함께센터에 전화를 걸어 “만약 마담이 정말 내가 길을 가는데 몰래 와 나를 소리 소문도 없이 죽이면 어떡하냐?”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다음날 10월 2일, 절망의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 왜곡하는 언론의 각성 요구

다시함께센터는 “박씨의 죽음을 접하면서 우리는 자취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그녀가 느꼈을 답답함과 스스로 성산업 구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빈곤한 현실, 목돈을 벌어 나올 것을 기대하며 들어갔지만 터무니없는 각종 벌금으로 갖은 착취와 모욕을 주었던 성매매 구조, 죽음의 순간까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힘없는 피해여성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은 성매매 관련자들의 파렴치함을 보았다”면서 성매매 근절의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성매매처벌법 및 피해자보호법의 시행초기인 현실 속에서 ‘성매매가 주택가로 파고든다’거나 ‘성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부정적인 얘기들을 유포하며 법의 정당성과 실효성에 흠집을 내고 있는 언론과 여론”에 각성을 촉구했다. 박씨의 죽음으로 목격한 성매매 여성들의 참담한 착취구조와 억압의 고리를 고려한다면, 포주들에 대한 동정론을 펴며 ‘성매매를 옹호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언론의 태도에 대한 성찰이 다시금 요구된다는 얘기다.

다시함께센터는 “최근 포주들과 이들에 의해 선동된 성매매 집결지의 여성들이 ‘생존권’을 이유로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는 등 우리 사회에서 전례가 없었던 초유의 사태를 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박씨의 죽음을 통해, 지금 거리에 나와 생존권을 외치는 이들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면서, “거리에 나온 이들은 성을 판매하게 해달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이들의 진정한 요구는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언론과 여론들은 이들의 요구를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함께센터는 “고급 룸살롱에서 안마시술소까지 가야했고,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던 한 어린 여성의 죽음과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반드시 성매매처벌법 및 피해자보호법을 정착시키고 수많은 성매매 된 여성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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