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유족 손배소송 승소 -일다

대법원 “성매매 방치, 국가가 배상하라”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유족 손배소송 승소

박김수진 기자
2004-09-27 00:05:20
성매매특별법 시행 첫날인 9월 23일, 대법원은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확정 판결했다. 2000년에 발생한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이후 유족 13명이 국가와 군산시, 그리고 포주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이다.

군산 대명동 사건은 2000년 9월 19일, 일명 ‘쉬파리 골목’이라 불리는 군산시 성매매 업소에서 화재가 발생, 쇠창살로 막혀 있던 건물에 감금되어 성매매를 강요당해 오던 여성 5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사건 발생 이후 유가족과 여성단체는 4년여의 긴 기간 동안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긴 법정투쟁을 진행해 왔다. 대법원은 "국가는 6천7백만원을, 업주들은 5억9천여만원의 위자료를 각각 지급하라"고, 국가와 업주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새움터 김현선 대표는 “4년여 동안의 소송과 재판과정에서 우리는 판사 앞에서 성 상납을 받은 경찰들의 비리를 드러내기도 했다”면서, “승소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대명동의 다섯 명의 희생자들 그리고 개복동 성매매 업소 화재로 숨진 14명의 희생자들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은 배금자 변호사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완전히 방치되어 있었다. 이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다”면서, “역사의 우연인지 피해자의 한이 맺은 결과인지는 모르나, 성매매특별법 시행일인 오늘 이렇게 승소 판결을 받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매매 업소에 감금돼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착취 당하는 피해여성들에 대해 국가가 적극 개입해 이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구조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한 것”이라고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성명서에서는 성매매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오히려 업주들과 결탁하여 직무유기를 한 것은 국가가 포주인 것이나 마찬가지며, 이러한 불법행위에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함을 명백히 했다는 점과,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국가에 그 책임을 묻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게 된 점 등에서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명동 사건의 승소 판결일과 같은 날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경찰은 국내 집창촌을 대상으로 특별단속에 들어갔고, 단속 첫 날 성매매 알선 행위자, 성매매 업소 업주, 구매자 등이 무더기로 적발,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찰의 집중 단속이 일회성 이벤트화 될 가능성과, 그럴 경우 성매매 산업이 더 음성화될 것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성매매 피해여성들과 여성단체들은 성매매특별법 제정과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사건의 대법원 승소판결을 이루어 냈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정부가 성매매 방지대책을 철저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은 물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매매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해나가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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