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여성들 "업주 강요로 시위 나왔다" 선불금 없다는 주장도 거짓말... "커튼 쳐놔도 영업은 계속" -오마이뉴스

미아리 여성들 "업주 강요로 시위 나왔다"
선불금 없다는 주장도 거짓말... "커튼 쳐놔도 영업은 계속"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지은/김도균(Luna) 기자

▲ 성매매 특별법 시행 첫날인 23일 밤 8시30분, 미아리 텍사스 업주와 업소 여성 500여명은 "생계를 보장하라"며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이 시위는 업주들이 조직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 오마이TV 김도균

▲ 이른바 '성매매 특별법' 시행을 맞아 경찰이 특별 단속에 나서자 시행 첫날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 업소들은 불을 끄고 커튼을 닫은 채 '개점휴업'임을 알렸다. 그러나 이 날도 영업을 계속하던 업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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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은 무슨... 업주들이 시위 조직했다" / 김도균 기자

"업주회의에서 공문이 왔어요.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밤 9시까지 소방도로로 나오라구요. 창피해서 안나간다고 했더니 화 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이른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첫날인 23일 밤, 속칭 '미아리 텍사스'(하월곡동)는 업주와 업소 여성 500여명의 갑작스런 시위로 들썩였다. 취재진의 질문에 업소 여성들은 "우리도 할 말 있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고 업주들은 "아이들이 나온다고 해서 나온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달랐다. 일부 업소여성들은 이날 시위가 실은 업주들의 강요와 통보로 이뤄진 것임을 증언했다.

이날 미아리에서 기자가 만난 '미아리 텍사스' 업소 여성 A씨와 B씨는 "이날 시위는 업주들이 공문을 통해 소집시킨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오후 쯤 업주회의에서 보낸 공문이 업소로 도착했다"며 "시위에 나오라는 내용이었지만 창피해서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업주들이 언론과 경찰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동안, 일부 업주들은 업소 안에서 여전히 성매매를 한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날 업주들이 커튼을 쳐놓고 "장사 못한다"고 손사래를 쳤던 말은 위장술이었던 셈이다.

A씨는 "어젯밤에도 업주들이 나와서 난리를 치는 동안 우리(아가씨들)는 안에서 손님을 받았다"며 "오늘도 아가씨 10명 있는 집이면 5명은 시위에 나가고 5명은 손님을 받는 식"이라고 말했다.

B씨 또한 "경찰이 단속을 나왔지만 업주들은 커튼을 쳐놓고 우리를 대기시켰다"며 "손님을 데려오면 받아야 했고 (새 법이 시행된) 오늘 새벽 0시~1시 사이에도 손님을 대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불금 없다는 업주들 주장은 거짓말"

이들은 또 시위에서의 업주들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업주들은 이날 시위에서 ▲요즘은 선불금이 없고 ▲따라서 강제적인 성매매도 없으며 ▲아가씨들은 오히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돈도 모으고 잘 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은 업주들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요즘도 업주들이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씩 선불금을 준다"며 "나만해도 석 달 전 800만원을 받고 들어왔고 지금도 빚이 700만원 이상 남아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B씨도 "나도 아직 빚(선불금)이 남아있다"며 "오늘 신문을 보고 선불금이 다 무효라는 사실을 알았다. 선불금이 없다면 내가 왜 여기서 일했겠느냐"고 거들었다.

이들은 아직도 선불금이 성매매의 악순환을 연결시키는 일종의 '고리'라고 설명했다. A씨는 "티켓다방 등에서 일했다가 선불금이 계속 빚이 돼서 따라오는 것"이라며 "나도 전 업소부터 빚이 계속 따라다녀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시위에 나온 업소 여성들이 말한 "병든 부모님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번다", "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업주들의 일종의 '각본'에 의한 것이었으리라는 짐작도 전했다.

이들은 "몇 달 전에도 업주들이 정부에 투서를 보낸다면서 부르는 내용을 적게 했다"며 "'집에 병든 부모님이 있는데 어떻게 먹고 살라는 말이냐', '못하게 하면 외국으로 가서 하겠다' 등의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 속칭 '미아리 텍사스'에 자리한 한 성매매 업소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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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혈해도 계속 손님 받아야 하는 생활, 고통스러웠다"

이들이 겪은 성매매의 현장도 잔혹했다. 업소 여성들은 무리한 성관계로 대부분 생식기 관련 질병이나 성병에 걸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프다고 일을 쉴 수도 없다. 업주들의 회유와 강요 때문이다.

"몸이 아파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는데도 일을 시키니 너무 힘들었어요. 다른 건 몰라도 몸이 그 지경인데도 쉬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들어요."

A씨는 "심지어 자궁경부염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지경인데도 수술받기 직전까지 일을 하게 하고 수술 이틀 후부터 손님을 받게 했다"며 "제대로 쉬지 못해 하혈을 하는데도 업주는 손님을 데려와 일을 하게 했다. 정말 견딜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B씨 또한 "성병에 걸린 사실을 알아도 업주들은 치료보다 손님을 먼저 받게 한다"며 "심지어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성병에 걸린 동료와 2대 1로 손님과 성관계를 맺어 성병을 옮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지금도 나는 질염과 신우신염에 시달리고 있다"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니 몸이 계속 망가진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성 구매 남성들 행태도 천태만상, 옷 벗겨놓고 변태행위 시키기도

업소를 찾은 남성들이 업주에게 지불하는 돈은 대략 5~7만원선. 이중에서 여성들 손에 쥐어지는 돈은 1만원~1만5000원 정도다.

하지만 이것도 고스란히 제 몫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업소에서 필요한 물티슈, 콘돔, 커피, 화장지 등도 이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A씨와 B씨의 설명이다. 이들은 "그런 생활의 반복이니 돈을 모으기는커녕 빚도 제대로 갚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성을 구매하러 오는 남성들의 행태도 천태만상이다.

이들은 심지어 하룻밤 사이에 2백만원에서 5백만원까지 쓰고 가는 남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런 사람들은 주로 업소에 와서 아가씨 여럿을 모두 불러 옷을 발가벗겨 같이 술을 마시고 각종 변태적인 행동들을 시킨다"며 "이들은 '연애'(성매매 업소 여성들이 '성행위'를 이르는 은어)를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아내에게 시키지 못하는 일들을 하러 오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업소 아가씨 한 명이 한 달에 약 4000만원의 매상을 올려준다면 일반인들은 못 믿겠지만, 5~6만원씩 내는 남자들 뿐 아니라 몇 백만원씩 쓰는 남자들까지 합하면 그 정도는 거뜬히 넘는다"며 "그래도 우리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몇 푼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주들이 시위한다고 영업 안하는 줄 아세요?"

못 참겠다는 듯 기자에게 속내를 털어놓던 이들은 자리를 뜨며 경찰에게 전하는 말을 남겼다.

"단속요? 윤방법(윤락행위 등 방지법) 때는 주기적으로 설문지 가져와선 답하게 하는데, 업주들이 뻔히 보고 있는데 '성행위를 강요당한 적이 있나요''선불금은 있나요'라는 문항에 어떻게 솔직하게 답하나요?

이제 새 법이 시행돼서 텔레비전이며 신문에서 요란하게 떠들길래 그래 이젠 바뀌겠구나 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단속, 하려면 철저하게 해야해요. 빨리 (업소에) 가서 잡으세요. 다 (성매매) 하고 있어요."

업주들과 업소 여성들이 자리를 메운 채 구호를 외쳤던 '미아리 텍사스'의 소방도로는, 밤 11시가 다가오자 조용해졌다. 그리고 하나 둘 업소 앞의 전등에 불이 켜졌다.

업소들은 커튼을 쳐 '개점휴업' 상태임을 알렸지만 여전히 미아리를 찾는 술 취한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동료가 오자고 해 왔다"는 이들의 얼굴에서 수치심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위는 시위대로, 영업은 영업대로
종암서, 성매매 특별법 위반 혐의 '미아리 업주' 붙잡아

속칭 '미아리 텍사스'의 관할서인 종암경찰서는 업주들이 시위를 벌인 23일 밤 10시께 업주 강아무개(34)씨를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를 받고 업소를 덮쳐 성 구매 남성 두 명과 업주를 연행했다"며 "남성들은 성행위를 하기 직전에 붙잡혔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아 참고인 조사만 하고 돌려보내고 업주 강씨만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업주 강씨에 대한 수사가 끝나는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업주 강씨가 영업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시각은 미아리 업주들이 "우리 장사 못한다. 문 닫고 다 거리로 나왔으니 생계 책임지라"며 한창 시위를 벌이던 때인 밤 9시30분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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