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들, 이들은 왜?... 여성단체 "단속만으론 안된다" -오마이뉴스

조직적 양상 띠는 반발... 4일 대규모 집결시위
성매매 여성들, 이들은 왜?... 여성단체 "단속만으론 안된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지은(Luna) 기자

▲ 1일 오후 서울 집창촌 '미아리 텍사스'와 영등포역 부근, 경기도 평택시, 인천시 숭의동 특정지역 유흥업소 여종업원 300여명이 인천시 인천시청 앞 미래공원에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등 성매매 특별법 시행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04 연합뉴스 한상용
"4일에 (아가씨들이) 국회 앞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업주들)가 말리는데도 아가씨들이 옷까지 벗겠다고 해서 골치가 아프다."

한가위 연휴, <오마이뉴스>로 날아든 한 통의 제보 내용이다. 제보자는 지난달 23일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 소방도로에서 '생계보장, 여성단체 면담 보장' 시위에 나섰던 업주 중 한 사람인 듯했다.

이른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전국의 성매매 업소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 달 23일 미아리 텍사스(성북구 하월곡동) 업주와 업소 여성들이 시위의 포문을 연 데 이어, 1일 오후엔 인천 숭의동 집창촌인 속칭 '옐로 하우스' 앞에 평택과 미아리의 성매매 업소 여성들 2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생계보장을 해달라'는 것이 핵심 요구다.

시위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4일에는 전국의 업소 여성들이 서울로 집결해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는 것이 업주들의 귀띔이다. <연합뉴스>는 1일 저녁 "전국 집창촌 종업원들이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관련, 대표단을 구성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갖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성매매특별법 반발 시위

업주들은 여전히 이 시위가 성매매 업소 여성들의 '자발적 시위'임을 강조한다.

미아리 텍사스 업주 모임인 정화위원회 회장 남제춘씨는 "아가씨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지역별로 대표자까지 결정하고 회의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늘 인천 시위 이후에도 아가씨들끼리 모여 회의를 해서 이후 시위에 대한 계획을 세울 모양이다, 들은 바로는 4일에는 서울의 영등포, 미아리와 지방의 평택, 인천 등 전국적으로 업소 아가씨들이 청와대든 국회 앞으로든 몰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나는 (업주모임) 회장으로서 아가씨들을 막을 힘이 없다"며 "생존권 지키겠다고 저렇게 나서는데 어떻게 막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씨는 지난달 30일 미아리에서 발생한 성매매 여성의 자살기도 사건으로 업소 여성들의 감정이 상당히 격앙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가씨들이) 전국 집회를 하면 옷까지 다 벗어버리겠다고 말하는데, 그런 과격한 행동은 막을 것"이라면서도 "자살기도까지 하고 나서는 아가씨들도 있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버스 대절 등 미흡한 부분은 도와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은 왜?

▲ '성매매 특별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3일 경찰이 단속에 나서자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 업소들은 불을 끄고 커튼을 닫고있다.

ⓒ 오마이TV 김도균

일각에서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명시된 새 법이 시행된 마당에 법의 수혜자인 성매매 여성들의 법 시행 유예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관련단체들은 시위의 이면을 봐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단체의 관계자는 여성들의 시위야말로 "두 번 희생당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업주가 시켰든 자발적으로 나왔든 이러한 시위는 또한번 자신을 유린시키는 일"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의 상담 및 지원활동을 펴고 있는 또다른 쉼터의 관계자는 "지금이야말로 여성들이 가장 위험한 상황일 것"이라며 "정부가 여성들의 목소리와 요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고 충고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의 사례에 비춰보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상황이니 업주들은 선불금을 내놓으라고 여성들을 협박하거나 이들을 더 열악한 곳으로 팔아버릴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경찰이 더욱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여성들을 구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여성들이 반발의 선두로 나서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시위를 하게된 과정이야 어찌됐건 정부는 성매매 여성들의 소리에 목소리를 기울여야 한다"며 "현행 법에 명시된 지원비나 지원단체로는 어림도 없다, 정부가 이들을 위한 생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도 "윤락행위등방지법 하에서도 성매매는 불법이었지만 정부는 사실상 성매매 여성들에게 보건증을 주면서 집창촌을 관리해왔다"며 "수십년간 국가가 여성들을 (성매매) 피해자로 만들었으니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할 책무가 있다, 심리·정서적인 치료는 물론 피해의 정도에 따라 직업훈련과 재취업 등 이후의 대책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주된 주장인 ▲성매매 밖에 할 일 없다 ▲갈 곳도 없다 ▲생계가 막막하다 등의 요구를 반영해 성매매를 하지 않고도 생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얘기다.

"서서 지키는 단속만으론 안된다"

경찰이 더욱 철저히 법 집행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현선 새움터 대표는 "미국의 뉴욕시가 브로드웨이 근처의 사창가를 폐쇄한 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90년대 초반 법 제정 이후 수년간 24시간 단속하고 철저한 처벌을 해 지금은 성매매 업소들이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와 같은 '서서 지키기' 식의 단속으로는 새 법이 효력을 내기 어렵다"며 경찰의 법 집행 강화를 주문했다.

한편 새움터·제주여민회·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인권지원센터·전북여성단체연합 부설 성매매인권지원센터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공동대표 정미례 김현선)와 여연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나타난 성매매 피해 사례들을 모아 자료집을 내고, 대책 마련을 고민하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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