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들 "한달만 참자"... 경찰 "이번엔 다르다"...오마이뉴스

업주들 "한달만 참자"... 경찰 "이번엔 다르다"

[오마이뉴스 2004-09-23 17:14]

[오마이뉴스 김지은 기자]"업주들은 자신들이 이제껏 '범죄행위'를 해왔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요. 오히려 언론 앞에 서서 '생계 책임지라'며 정부 성토하는 게 말이 됩니까?"

성매매 피해여성의 자활을 돕고 있는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못 참겠다는 듯 역정을 냈다. 그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과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 등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첫날 새벽, 서울의 주요 집창촌 중 하나인 속칭 '미아리 텍사스'(하월곡동)는 업주들의 성토현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특별 단속에 나선 경찰들과 언론 앞에 오히려 업주들이 나와 성토를 했다"며 "폭풍 휘몰아치듯 한번 보도하고 단속하고 말 거면 차라리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성매매 피해 여성 쉼터의 대표도 경찰의 단속이 일회성에 그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조용히 있겠지만 업주들은 때를 봐서 또다시 (성매매업을) 할 사람들"이라며 "경찰이 철저하게 단속해야 새 법의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나름대로의 '조치'를 통해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업주들도 많다는 얘기도 전했다.

그는 "실태조사를 해본 결과 강남 쪽은 이미 여성들에게 '2차를 나가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놓는 등의 조치를 취해놨다고 한다"며 "나중에 잡히면 발뺌할 구실로 삼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적발 시 발뺌할 조치 만들어 놓은 업주도 있어"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은 용산역 앞,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 영등포 등이다. 경찰은 새 법 시행 첫날(23일)을 맞아 이들 지역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서 모두 138명의 성매매 사범을 붙잡았다.

또 시행 첫날부터 한 달간을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실적에 따른 특진과 포상 계획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찰의 단속이 자칫 '생색내기'에 불과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찰은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도 여러차례 언론과 관련 단체들을 불러 '예고된 일제단속'을 해왔다. 기존의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 의해서도 성매매는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은 단발에 그치기 십상이었고, 이 때마다 미리 첩보를 얻어들은 업주들은 미리 몸을 피했다가 단속이 뜸해지면 다시 문을 열곤 했다.

이번 특별단속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업주들이 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의 단속을 예상 못했을리 없다. 이들 사이에서는 벌써 "한달 만 쉬자", "휴가 보낸 셈 치고 참자"는 얘기가 오간다는 얘기도 나돈다. 법 시행 전날부터 서울의 주요 집창촌들은 예상대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중요한 것은 의식 개혁"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번엔 다르다"며 성매매를 근절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 과장은 "현재 여성부가 용역 연구를 통해 전국의 집창촌 현황을 파악하고 있고 경찰도 각종 첩보를 통해 안마시술소, 휴게텔 등 변종 성매매업 단속까지 나선 상태"라며 "2007년부터는 집창촌에 대한 단계적 폐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의지도 확고하다. 정봉협 여성부 권익증진국장은 "국민들이 정부의 의지를 신뢰해야 한다"며 "한달이 지나도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반짝 단속'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십년간 사회 깊숙히 뿌리박힌 '성매매 불감증'이 법 시행과 경찰의 단속만으로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의식이다. 성은, 사람의 몸은 '매매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식의 변화가 관건이다.

이금형 과장은 "경찰 단속만으로 어떻게 성매매 문화가 뿌리 뽑히겠나"라면서 "우리의 성문화, 음주접대문화, 2차에서 거리낌 없이 성매매를 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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