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보이는 창 11,12월 호 기고문 -‘성노동자’ 운동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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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운동 과연 가능할까?

구정희
(인천여성의전화 성매매피해상담소 강강술래 활동가)

- 들어가며
2004년 3월 성매매방지법(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에관한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고 같은 해 9월부터 법이 시행되면서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논란은 시행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성매매방지법의 당사자중 하나인 성매매여성들은 여기저기 모여서 법 시행에 반발하는 집회와 단식농성을 진행했고, 성구매를 할 권리를 ‘인권’으로 주장하는 남성들은 성매매방지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성매매여성들은 지난 6월 29일에는 서울잠실체조경기장에서 ‘성노동자의 날’을 선언하고 집회를 가졌다.

- 성노동자?
‘성노동자’라는 용어는 생소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매매여성들이 성매매방지법을 반대하면서 단식농성을 하던 때부터 사용되었다. 지금부터 불과 얼마 전이다. 이 때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성노동권’ ‘성노동자’ ‘성노동자의 인권’ 등은 실제로 성매매 여성들보다 언론이나 성매매방지법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많이 통용되었다.
노동자는 시전적의미로 ‘육체노동으로 살아가는 사람’ ‘근로자’이다. 성매매여성들이 하고 있는 노동은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노동’의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복합적이고 폭력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므로 ‘노동’의 개념아래 성매매여성들의 일을 묶어 넣으려고 하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단순화 시키고 합리화 시킬 수 있는 위험한 시도가 될 수 있다.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해주라고 하는 이들은 본인들이 한번도 갈취 등의 피해를 입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폭력과 갈취가 이미 일상화 된 성매매현장에서는 그 여성들이 본인들이 겪었던 일들 중 폭행이나, 갈취 등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성노동자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몇 가지 단면적인 면만 보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쓰고 읽고 있는 내용들은 성매매방지법에 극렬히 저항하는 일부 남성들의 언어와 주장이 그대로 눈에 띈다.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라, 하지말자의 두 가지 주장에서 벗어나 ‘성산업인을 인정하라, 남성들을 처벌하지 말라’ 등 다른 색깔의 언어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성매매합법화 사례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얼토당토않은 기사를 읽었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에서 실업급여를 받던 여성이 정부산하직업소개소에서 ‘성매매일자리’를 제안 받았다가 거부를 하자 실업급여를 중단하겠다고 한 사건이 있었다. 성매매가 인간의 인격을 팔고 사는 것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간과한 채 성매매를 합법적인 노동으로 인정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독일에서는 성매매를 합법화 하면 근절될 줄 알았던 인신매매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그렇게 인신매매 되어서 성매매를 하게 된 여성들은 오히려 더 큰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의 빅토리아 주에서도 1984년 성매매를 합법화를 했다. 이후 성매매를 합법화 했던 호주의 빅토리아주의 경우 합법적 집결지 성매매업소의 수는 1989년 40개에서 1999년 94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성매매가 노동으로 인정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일반적인 노동법이 성매매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근무시간에 대한 문제부터 성희롱에 대한 문제 등 노동법에 있는 조항들이 성매매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노동법을 성매매에 적용시키는 것은 노동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현재 빅토리아 주의 비 허가 성매매 업소는 허가 업소의 4배가 된다고 한다. 성매매를 합법화 하면 사라질 줄 알았던 음성화된 성매매 집결지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성매매를 불법으로 처벌을 하면 음성적인 성매매가 늘어나고 합법화를 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는 이야기다.

- 같이 생각해보기
성노동자를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을 같이 보자면 찬성과 반대라는 아주 양극적인 두개의 낱말과 몇, 몇 가지 반대되는 의견도 있지만 의외로 공통점도 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일단 양쪽 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는 이야기다. 몇,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리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성매매 과정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인권유린 문제나 질병, 감금, 폭행 등의 문제들을 절대 반대한다는 사실은 상반되는 주장이 가진 큰 공통점이다. 인권유린의 기준이 무엇인가의 가르마가 다르다면 상당히 큰 차이가 나겠지만 말이다.

지난 6월 29일 ‘성노동자의 날’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공통된 말은 ‘정말 여성들 스스로가 성노동자를 원하고 이 집회를 자발적으로 참석하였는가.’였다. 여성들 모두는 최소한 모자를 눌러썼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연단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주위를 삼촌이라고 불리는 업주들과 업주 주변의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기자들이 사진을 찍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삼촌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여성들에게 시× , 이× , 저× 등의 욕설을 하면서 함부로 대했다는 것이다. 성노동자대회의 주인공은 업주도 아닌, 삼촌도 아닌, 성구매자도 아닌, 성매매여성이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인 여성들은 아무 말 못하고 타인들의 잔치에 들러리를 쓰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성노동자 운동을 하던지, 탈성매매를 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려면 우선 여성 자신의 힘부터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치며
성매매는 이제까지 낭비벽이 많거나 게으르거나 성관계가 좋아서 등의 잘못된 편견들 속의 여성들만의 문제로 취급되었었다. 이제까지 성매매를 논할 때는 항상 여성들만이 존재하고 남성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성매매에 빠질 수 없는 것은 성구매자인 남성들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남성들의 성구매가 당연시 되고 있다. 성매매는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매매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사회전반의 문제인 것이다. 수요가 없다면 공급이 없다는 자본주의 근본이론으로 볼 때 성구매자가 없다면 성매매 여성들은 생계를 위해서 다른 방식으로 생존권을 위해 나설 것이다.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하고, ‘성’에 대해 남성과 여성에게 이중 잣대가 적용되는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 수준을 감안할 때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한다면 성매매여성이라는 낙인과 함께 이마에 주홍글씨를 찍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매매가 합법화 된다고 해도 성매매 합법화 굴레 안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여성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성매매’를 직업으로 ‘성매매업소’를 직장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은 그런 이름으로 병원진료를 받고 그런 이름으로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인데 그런 것들이 그녀들을 정말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의 대안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실례로 본인이 얼마 전 받았던 설문지 답변에서 대다수의 여성들이 성매매의 합법화는 원하지만 성매매를 1년 안에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고, 소수의 여성들만 몇 년 만 더 일하겠다고 했다. 이는 성매매를 평생의 직업으로, 성매매업소를 평생의 직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당장의 생계 등 여러 가지 문제만 해결된다면 탈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안이 있으면 성매매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성매매 단체의 의견 및 현 정부의 정책과도 같은 것이다. 내가 아는 여성들 중에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못해 주도한 이가 있다. 이 여성은 처음에는 우리들의 말을 믿지 않았고, 성매매 합법화를 원했으며 성매매가 합법화 되면 일을 계속 하리라고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살인이나 폭력 등이 근절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문제들은 어떤 누구도 합법화 하자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이 성매매 문제만은 근절되지 않는다고 합법화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세상을 달리 보자. 이제 세상을 돌아보는 시각을 달리하여 투명한 유리로 돌아보자. 진정 여성들에게 주어야 할 정보가 무엇인지 무엇이 그들의 남은 삶을 위해서 최선인지 생각해보자. 성노동자들이 주장하는 바 대로, 그들이 식구들의 생활비 때문에, 동생들의 학비 때문에, 당장의 생계 때문에 성매매를 계속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성매매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그들이 성매매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저소득․빈곤층을 위한 사회복지제도의 확충과 여성에게 차별적인 노동현장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