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추행 키스알바도 청소년 성범죄

티켓추행 키스알바도 청소년 성범죄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 성매매 개념 확장

김주영 기자
2005-11-07 23:07:39

“밤에 ○○역 앞에 가면 아저씨들이 있어요. 가슴 한 번 만지게 해주면 얼마씩 준다고 하거든요. 배가 고프거나 찜질방에 가고 싶으면 차라리 거기에 가요. 그런데 좀 무서워서 혼자는 안 가요.”

최근 ‘키스 알바’라는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가 증가하고 있다. ‘키스 알바’란 주로 인터넷을 매개로 몇 천원 단위 금액을 지불하고 일정 횟수의 키스나 신체 접촉 등, 성적 서비스를 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 ‘아르바이트’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이나 그 가운데 하나는 또 다른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종류의 신종 성구매를 하는 이들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비로소 마련됐다. 지난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대가를 제공하고 청소년의 신체를 접촉하거나, 신체를 노출시키는 등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비접촉 행위’도 청소년 성매매 범위에 포함했다.

청소년성보호법에는 이미 “영리를 목적으로 청소년으로 하여금 신체적인 접촉 또는 은밀한 부분의 노출 등 성적 접대 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ㆍ매개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조항이 있었다. 즉, 청소년에게 이와 같이 포괄적인 의미의 성매매를 ‘알선’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게 되어있었으나, 그런 행위를 한 당사자인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이번 법률 개정으로 비로소 포함된 것이다.

개정안은 또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고소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등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했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가 학교, 학원 등 청소년 교육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이 추가됐고, 상습적인 성범죄자는 사진과 실제 거주지 등을 청소년 위원회에 등록하고 관련 기관에서 열람할 수 있게 했다.

“돈 주고 합의 하에 만진 것뿐”?

이번 법률 개정은 청소년 대상의 다양한 형태 성매매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티켓 다방의 경우 청소년이 반복적인 성폭력과 성매매 강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음에도 성폭력범과 성매매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미비했다.

작년 7월 가출한 뒤, 광주의 한 티켓 다방에 들어가 일을 하던 A씨(16세)는 차를 배달하는 과정에서 수십 차례 고객 남성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집으로 돌아온 A씨는 부모에게 자신이 겪은 피해를 털어놓았고, A씨의 부모는 관할 경찰서에 다방 업주와 성추행 가해자 20여 명을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고소를 당한 사람들은 자신이 강제로 성추행을 한 사실을 부인하고, “돈을 주고 합의 하에 몸을 만진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다방 업주를 제외하고 모두에게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성폭력특별법, 청소년성보호법, 성매매방지법 등 그 어떤 법률로도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지 못했던 것이다. A씨의 부모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그마저 기각됐다. A씨는 다시 학교에 복학했지만 심리적 후유증으로 결국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 몇 차례 가출을 반복한 A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티켓 다방은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을 고용해 인근 사무실이나 모텔 등으로 차를 배달하는 영업을 하는 업소를 말한다. 티켓다방을 성매매 업소로 분류하는 이유는 차를 배달하는 과정에서 ‘티켓’이라는 형태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티켓’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유형의 물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성적 서비스를 제공 받는 것을 전제로 시간당 2만~5만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어떤 남성이 ‘티켓’을 끊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상대 여성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성추행(넓은 의미의 성매매)을 하는 경우에는 ‘티켓비’라는 대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성폭력특별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 (유사)성교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성매매방지법이나 청소년성보호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었다.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성기 중심의 성매매 개념을 넘어서는 의미 확장이 공인된 것이다.

가출청소년 자립 위한 대책 나와야

성매매 여성의 80% 가량이 청소년 시기에 성매매로 유입되었다는 시민단체의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 성매매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에 대한 초기 개입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티켓 다방에 고용된 가출 청소년은 선불금 채무와 업주의 협박 등으로 법적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다가 실질적인 보호자가 없다는 점 때문에 더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 업주가 청소년에게 직ㆍ간접적으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요하나 성인 여성에 비해 그 방식이 모호하고 비가시적이어서 법적으로 개입하기 쉽지 않다.

작년 9월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의 성매매 단속과 탈성매매 지원은 주로 성매매 집결지 성인 여성을 중심이다. 반면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인터넷 성매매, 법망을 피해 생겨나고 있는 신종 성매매, 티켓 다방 등을 중심으로 자행되는 청소년 성매매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일 청소년이 야간에 보호자 없이 찜질방을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한편으로 보면 거리를 떠돌고 있는 가출 청소년이 몸을 누일 수 있는 곳이 또 하나 줄어든 셈이다. 비디오방, PC방, 그리고 찜질방까지…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쉼터에도 갈 수 없는 아이들은 이제 텅 빈 건물의 계단 한 구석을 찾을 수밖에 없다. 아니면 잠자리를 제공해주겠다는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 갈 수 없는 곳이 많아지는 만큼, 청소년들이 쉴 수 있는 곳도 많아져야 한다.

지금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대해서는 신상공개제도 등 다양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왔고 이번 법률 개정으로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접근을 강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 성매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단속과 보호’의 이분법을 넘어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자립을 위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나아가 이 개정안을 토대로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성매매에 대해서도 모든 형태의 성적 행위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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