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 버린 그들…성매매 여성 ‘철거 벼랑’

평당 1억에서 2억…건물주들만 재개발 ‘돈 잔치’
“건너편 사람 죽었는데 우리도 덜하진 않을 것”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용산역 앞 성매매 집결지 거리(한강로 2가 391번지 일대).
인적이 뜸한 시간인데도 골목 양쪽으로 자리잡은 업소 40여곳 가운데 10여곳이 문을 열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쇼윈도에 뒤편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용산 재개발 참사’ 뒤로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저녁 손님이 크게 줄어, 주말 오전에도 손님을 찾아 나오는 성매매 여성들이 늘었다.

이곳 용산역 ‘전면 2구역’은 지난 1월 경찰 진압 과정에서 6명이 숨진 용산 참사 현장에서 큰 도로 하나만 건너면 될 만큼 가깝다.

이곳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재개발을 위해 오는 10월 철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재개발 호재로 2년 사이에 땅값이 크게 올라 평당 1억원 하던 게 지금은 2억원이 되면서 건물주들한테는 ‘대박’이 터졌지만, 성매매 여성들한테는 재개발이 또 하나의 ‘재앙’이다. 이곳에서 수년째 일해왔다는 황아무개(31)씨는 “길 건너편 망루에서 다섯 사람이 죽었다고 하는데, 여기가 그냥 헐리면 이곳 여성들은 저항이 더 하면 더 했지 그보다 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서울 청량리 등 다른 성매매 집결지도 마찬가지다. 재개발로 인해 철거를 앞두고 있지만 그곳에서 일하던 성매매 여성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건물주들은 평당 수천만원씩 개발이익을 챙기고 성매매 업소의 업주와 같은 세입자 자격으로 대책위원회를 꾸려 보상을 받으려 애쓰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그냥 길거리로 쫓겨날 처지다.

이곳이 헐린다고 해서 성매매를 그만둘 수 있는 여성들은 많지 않다. 이곳에서 8년째 영업을 해 왔다는 업주 김아무개씨는 “당장 큰 변화는 없지만 벌써부터 ‘가게 빼라’고 독촉하는 건물주도 있다”며 “아가씨들은 여기를 떠나봤자 마사지 가게, 오피스텔과 같이 음성적인 업소나 경기 외곽지역의 성매매 집결지밖에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업주도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는 애들이 많아 당장 일자리를 잃으면 다른 (성매매) 업소로 가야 할 것”이라며 “일부 애들은 벌써부터 외국으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용산의 한 찻집에서는 용산 지역 성매매 여성들을 돕고 있는 종교단체인 ‘막달레나의 집’ 주최로 일일 찻집이 열렸다. 철거 이후 갈 곳 없는 성매매 여성들을 도와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막달레나의 집은 운영 비용을 모아 철거 뒤 반찬가게 같은 다른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여성들의 재활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옥정 막달레나의 집 대표는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로 인한 차익 중 일부는 여성 자활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철거 뒤 여성들의 자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