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청장 “성매매, 재수없으면 걸린다”

‘비리 대책’ 기자간담회 발언 물의
한 때 기자들에 ‘모텔 열쇠’ 주며 “이 나이에…”, “시대 바뀌어 인식 변화 필요 강조 와전” 해명

강희락 경찰청장이 성매매와 관련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강 청장은 지난 30일 ‘경찰 기강 확립, 비리 척결 대책’을 발표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성매매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기자들에게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다. 여기서도 노총각 기자들 조심해야지 재수 없으면 걸린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또 “내가 (경찰청) 공보관을 끝내고 미국 연수를 준비하면서, 기자들이 술 한잔 사라고 해서 (술자리를 가진 뒤) 2차를 갔다”며 “모텔에서 기자들에게 (방)열쇠를 나눠주며 ‘내가 이 나이에 별일을 다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배석한 김호윤 경찰청 대변인이 “요새는 그런 문제가 없다”며 발언을 제지하자, 강 청장은 “아무튼 그런 거 좋아하는 노총각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문제”라며 말을 닫았다. 강 청장은 2001년 7월까지 경찰청 공보관을 지낸 뒤, 2003년 8월까지 워싱턴 주재관으로 근무했다.

강 청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은 1일 “성매매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치안 총수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발언”이라며 “강 청장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노당은 이날 논평을 내어 “성매매 단속 업무를 맡은 경찰 총수가 자신도 한때 접대를 많이 했다고 이야기하는 마당에 이 사회에서 성매매 근절과 추방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경찰이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사건과 장자연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도 “서울 마포에서 단속에 걸린 사람들이 일반인이었다면 강 청장이 그렇게 난감해했겠는가”라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경찰 총수의 자질 논란을 넘어, 엄정히 중립을 지켜야 할 수사기관이 청와대의 눈치를 얼마나 보는지 알려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언론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과거 선배들은 사실상 성접대를 받고, 후배들은 그런 사실을 내비친 공직자의 실언을 눈감는 기자실 문화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시대도 바뀌어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와전됐다”며 “지금은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린 자리에서 나온 말이며, 지금은 그런 부적절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