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처벌 대폭 강화 영국 정부 ‘칼 빼들었다’

매수자 처벌·신분공개 등 추진…실효성 논란도

황보연 기자

영국 정부가 성매매를 더 엄격하게 단속하는 법안을 내놓자, 그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키 스미스 영국 내무장관은 19일 <비비시>(BBC)에 성매매 업주 밑에서 일하는 여성과 관계를 맺은 성 매수자에 대해 형사처벌과 1천파운드(약 217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안에는 일반 펍과 동일하게 취급받았던 랩댄싱 클럽(스트립쇼를 하는 술집)에 엄격한 면허제도를 적용하는 방안도 담긴다. 또 성매매 지역으로 유명한 런던의 램버스지구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구하는 남성들의 명단을 공개하는가하면,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한 남성에게 강간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스미스 장관은 “여성들이 사실상 노예 취급을 받으며 성적 착취를 당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남성들이 성매매를 재고하도록 돕는 것이 법안의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하면 훨씬 엄격한 조처다. 덴마크는 성매매를 기소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고, 독일의 쾰른은 2006년 성매매 세금으로 지방정부가 1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현행법만으로도 영국은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지만, 성 매수자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다.

강력한 성매매 금지 조처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주도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자라난 브라운 총리가 이미 술과 담배에 ‘죄악세’(sin tax)를 부여하고 마약을 금지하는 강력한 법률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지지해왔다고 전했다. 브라운 총리는 영국에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카지노가 들어서려는 움직임도 무위로 돌려놨다. 브라운은 총리가 되기 전부터 “내 아버지는 성직자였다. 부모님이 주신 영감은 내 도덕적 나침반”이라고 말해 왔다.

성매매에 대한 강력한 조처는 영국 사회에서 매우 논쟁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고 <가디언>의 일요판 <업저버>가 16일 전했다. 당장 영국 성매매자단체(ECP)는 “성매매 여성을 돕는 대신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성매매 여성들이 더 고립된 지역에서 남몰래 성매매를 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일부에선 “영국의 시계를 빅토리아 시대로 돌리려 하느냐”는 독설도 퍼붓는다. 반면, 랩댄싱 클럽에 대한 단속을 촉구해온 사회운동가 캐서린 레이크는 “성매매가 성문화의 일부분이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며 정부 조처를 환영했다.

영국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은 다음달께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집권당인 노동당이 과반수 의석인 63석을 보유하고 있어, 법안 통과는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8만명으로 추산되는 영국 내 성매매 여성 가운데 70%가 업주에 매여 있거나 인신매매를 당한 경우라고 영국 내무부는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