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성매매방지법 제정하자 ,,일다

해외 성매매방지법 제정하자

[일다 2005-09-13 00:15]

<필자 영민님은 모스크바 유학생으로, ‘러.여.인.’(재러 한인업소 내 불법 성매매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 ‘러시아.여성.인권’의 약칭)의 회원입니다. -편집자 주>

러시아의 한국인 소유 성매매 업소들은 간판조차 달지 않고 있을 정도로 현지 법에 어긋나는 영업행위를 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공관에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부패한 현지 경찰과 관료, 마피아 등의 힘까지 빌어 러시아인 명의로 까페 등으로 등록되어 있는 이들 업소는 아는 사람들이 아니면 입구조차 찾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다. 이들이 한국남성만을 고객으로 삼는 이유는, 이러한 형태의 성매매 업소에 익숙할 리 없는 러시아남성들이 자국 여성들이 한국인들의 노리개 감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정부나 언론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성매매, 눈 감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

러시아 한인 성매매 업소 여성들은 95% 이상이 러시아 국적 여성이 아닌, 우즈베키스탄 등 구 소련 공화국 출신이다. 러시아 여성들을 대상으로는 공공연하게 모집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러시아 국적 여성들이 인간 모멸적인 한국형 업소 실태를 알고 회피하자, 오래 전부터 한국형 성매매 업소가 진출해 있는 우즈베키스탄 등지 업소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여성들을 불법적으로 송출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남성들의 성적 쾌락을 위해 타국에서까지 여성을 공급 받아 국제적 범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공관은 눈을 감고 있다.

국내 법으로나, 현지 법으로나 명백한 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검찰 역시 우리의 수 차례 탄원에도 불구하고 아무 반응이 없다. 초기에 공관 직원들이 크게 연루되어 적극적으로 나서던 대사관은 일정 정도 처벌이 이루어지자 돌연 태도를 바꿔 ‘아무리 한국인들이 주인이고 한국인들이 출입하는 성매매 업소지만 법적으로는 러시아인이 주인인 것으로 되어 있어 외교 문제가 된다’는 둥 개입할 수 없다는 식으로 책임회피하고 있다. 업주들은 이러한 상황을 십분 악용하고 있고, 수 많은 성구매자들 역시 부패한 관료들이나 경찰들의 경우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출입에 거리낌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많은 경우 한국인 호텔, 한국인 여행사들과 연계하여 성매매 업소가 운영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성매매 업소들의 공동 투자자로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기업들 역시 단골로 연결되어 있는 등 남성사회의 그 연결 고리는 무척 강고하다. 정보지의 역할을 해야 할 교민신문 역시 광고 혹은 교민업체 전화번호에 이들 업소들 연락처를 넣어 주는 등 교민사회 곳곳이 성매매 업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동안 우리들은 한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교회나 한민족 대회 장소를 중심으로 성매매를 반대하는 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캠페인을 벌여오면서 문제를 환기시키는 데 주력했고 각종 러시아 관련 사이트 등에도 문제를 제기해 왔다. 청와대, 외교부, 검찰, 주러 대사관, 법무부, 여성부 등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고, 앞으로는 종교단체 장들에게도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이 문제가 한국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국내 여성단체, 시민단체, 진보적인 사이트, 진보정당은 물론, 여성의원들, 특히 여성문제와 성매매특별법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남녀 정치인들에게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또 러시아에 관심 있는 단체들에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에 별도 시행령이 없어서?

사실상 성매매 업소 업주들의 면역력이 생겨나고 있고, 대사관 등 관의 철저한 무 대응 전략으로 러시아에 고립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행동은 더욱 확실한 몇 가지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첫째, 법적인 측면에서 ‘해외 성매매 방지법’을 제정하게 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려 한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그것이 만들어 주는 영역을 활용할 수는 있다. 러시아라는 특정한 국가에서의 일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한인들의 범죄라는 점을 강조하고 운동의 보편성을 얻기 위해 적극 추진하려 한다. 속인주의가 적용되는 한국 형법 상, 그리고 성매매특별법에 구체적인 별도 시행령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방치하고 있는 관에 타격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캐나다에서는 2002년 자국인들이 해당 국가의 법과 상관없이 타국에서 성매매를 했을 경우 처벌이 가능한 법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현재 해외 한국형 성매매 업소들은 한국인들이 실질적인 주인이므로 구매자들은 물론, 더욱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 고발할 수 있다. 직접 성매매 알선 업소를 차리고 있는 해외 성매매 업소들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를 위해 여성단체, 시민단체, 진보적 정치인들, 그리고 언론인들에게 참여를 호소할 계획이다.

둘째, 대기업 중심으로 현지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접대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성매매 업소들을 가장 배부르게 먹여 살리고 있는 존재는 무엇보다 대기업들이다. (한 업소 당 순이익이 하루에 무려 3만 불에 달한다.) 한 기업 당 한 달에 수만 불의 공식 접대비가 나오는 현실 속에서, 주재원들은 물론 한국에서 오는 출장객들은 예외가 없을 정도로 성매매 업소에 출입, 공공연하게 성매매를 하고 있다. 각종 경제 사절단이나 전시회 참여 기업들은 밤이 더 바쁘다. 이들만이 문제는 아니지만, 성매매 업소들의 주요 수입원을 차단하는 측면에서 성접대 문화 반대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뿌리깊은 반여성적 기업문화의 변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셋째, 한인회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구 소련 주재 종교인들을 대상으로도 캠페인을 할 계획이다. 현재 종교단체 사이트들과 종교단체 장들에게 우리의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이들의 참여는 이 문제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많은 교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간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여행사와 호텔 등지에도 성매매 알선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식당 등을 중심으로 성매매 반대운동을 해 나갈 계획이다.

넷째, 법 제정 운동 등과 별도로 기존의 법 상으로도 충분히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법무부, 외교부, 청와대, 검찰, 경찰 등)에 끊임없이 항의할 것이다. 교민신문 등을 통해서도 수많은 해외 한인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할 것이다.

다섯째, 여성이 술 접대를 해야 된다는 사고방식 자체에 문제 제기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한 공관원은 성매매는 없더라도 술 마시는 데 아리따운 여성이 없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타협’(?)을 원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제안을 통해 우리는 이 운동이 직접적인 성매매 문제만으로 축소되어선 안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우리는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로서, 가해자 집단의 일부로서, 사회의 가장 착취 받는 약자인 러시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인 성매매를 반대하며, 이 문제가 러시아라는 특정 국가만의 일도 아니고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며 국경을 초월하는 가난한 여성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 내 시민단체, 여성단체들, 진보적 언론들, 그리고 양심적인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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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