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1년, 불꺼진 홍등가

업소 절반이상 문닫고 여성들도 떠나

2005-09-21
음성화. 해외원정 성매매 역효과도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지 오는 23일로 1년을 맞으면서 전국의 홍등가는 단속의 직격탄을 맞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여성 종업원 절반 이상은 성매매 집결지를 떠났고 일부는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해 남아 있지만 경찰의 단속으로 대부분의 홍등가는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의 손길을 피해 점차 음성화 추세를 보이는 등 변칙 성매매행위는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자활프로그램, 업종 전환을 위한 성매매 업주에 대한 지원 등 다각적인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발길끊긴 `홍등가' = 성매매 특별법 시행이후 가장 뚜렷한 변화는 성매매 집결지에서의 노골적인 성매매 행위는 점차 사라지고 여성 종사자들의 수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단속 강화에 따라 남성들의 발길 또한 끊겨 과거와 같은 휘황찬란했던 홍등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에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전인 지난해 초만 해도 60여개 업소에 여성종사자들이 300여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40여개에 14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경남지역의 유일한 성매매 집결지인 마산 서성동 속칭 `신포동'에는 법 시행 이전에 47개 업소에 218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종사했지만 지금은 25개 업소, 60명으로 격감했다.

부산 서구 속칭 `완월동'에도 70개 업소 500여명에 달하던 여성 종사원들이 지금은 30여개 220여명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광주와 전남지역 성매매 집결지인 광주 동구 대인동과 여수 공화동은 법 시행 이후 상당수 업소가 문을 닫고 종업원들이 떠나면서 이들 두 곳에 모두 80여명에 달하던 여종업원은 현재 38명으로 줄어들었다.

성매매 집결지는 아니지만 속칭 `방석집'이 밀집해 있던 광주 서구 월산동도 법 시행 이후 경찰의 집중관리 대상이 되면서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이고 속칭 `1003번지'라 불리는 광산구 송정동 유흥가도 80여곳에서 현재는 30여곳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

대전 중구 유천동 `텍사스촌'에도 1년전 68개 업소 330여명에 이르던 여성종사원들이 현재 37개 100여명으로 줄었고, 130여개 업소에 350여명의 여성종사원들이 있던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앞 속칭 `평택 삼리'에도 지금은 50여개 업소만 문을 열어 놓고 있는 등 전국 대부분의 성매매 집결지가 특별법 시행과 단속 여파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업소감소와 여성종사자들이 줄어든 외형적인 변화와 함께 법 시행이후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남성들의 `2차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 서구 `완월동'의 여성종사원들에 대한 자활지원을 해온 서구청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남성들의 접대 및 술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유흥업소 주변 여관 등 숙박업소들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춘천지역 한 부동산업자 우모(50)씨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여관.모텔 등 주변 숙박업소들이 깊은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여관.모텔을 처분하려는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집창촌만 타격..음성화된 성매매 = 성매매 집결지내 업소와 여성종사원들 의 수가 표면적으로 줄고 성매매 집결지를 찾는 발길도 끊겼지만 성매매 행위는 더욱 음성화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자리 지키기' 성매매 행위 등 노골적인 성 매매행위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원거리 출장매춘', `출장마사지', `보도방' 등 변칙 성매매 행위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부산 서구 `완월동'에서 빠져나간 상당수 여성 종사원들은 서면, 해운대 등지의 단란주점 등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성매매 행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산 `신포동'에서 집창촌 총무를 맡고 있는 정모(39)씨는 "특별법 시행 이후 빚 때문에 야반도주하는 업주들이 속출하고 있으나 시내 고급 주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특별법 시행이후 성매매가 더욱 음성적으로 이뤄지면서 집창촌에만 찬 바람이 불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일부 여성 종사자들은 아예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강원 춘천지역 성매매 종사자 수십여명은 일본으로 유입됐고 일부 성구매자들이 룸살롱 여성 종사자들과 함께 3~5일 간 일정으로 동남아 여행을 하는 등 이른바 `묻지마 성여행'을 떠나는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전남과 광주지역에는 `피부관리실' 등의 간판을 내걸고 성매매를 하는 업소가 늘어나고 유사 성행위를 하는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 업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에도 최근 들어 단속이 뜸하자 다시 불을 밝히는 경우도 목격되고 있다.

경기 수원 버스터미널앞 성매매 집결지에는 최근 50여개 업소들이 성매매 특별법 이전과 다름없는 노골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터미널앞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모(52.여)씨는 "지난해 한참 요란할 때만 단속했지 요즘은 예전이나 다름 없다"며 "지금도 여기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줄잡아 200∼300여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서구 `완월동'에도 경찰의 단속이 뜸한 새벽 시간을 이용, 영업을 하고 있고 대전 유천동 텍사스촌에도 골목 여기저기 문을 연 업소들이 최근 호객행위에 나서고 있다.

◇자활 프로그램 부재.업종전환 대책 필요 = 인천 `옐로하우스'는 지난해 12월 부산 `완월동'지역과 함께 여성부의 `성매매여성 자활사업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성매매 피해여성들에게 긴급생계비, 의료비 지원과 법률서비스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타지역 소규모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은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는 성매매특별법 시행에 따라 상담체계를 구축하고 직업훈련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과 자립을 지원하고 있으나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원된 예산도 2천220만원으로 턱없이 부족하고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재취업을 유도하기 위한 재활교육 여건과 프로그램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전국 다른 자치단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국 자치단체들과 성매매 피해여성 상담소는 성매매 등 향락산업에 대한 규제와 단속 일변도의 정책이 성매매 근절로 이어질 수 있을 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또 업종 전환 등 업소를 대상하는 하는 지원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단속이 뜸해지면 다시 영업을 재개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 `완월동'에서 수년간 영업을 해온 이모(56)씨는 "업주들이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마땅한 대책이 없어 다시 영업을 하게 된다"며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재개발사업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