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노숙자 성폭행 내몰려 성매매등 거리 무방비 노출..우먼타임스

女노숙자 성폭행 내몰려

성매매등 거리 무방비 노출…보호 시설 턱없이 부족

“영등포역이나 서울역에 가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가면 남자들이 막 쳐다보고 따라오고. 주로 불광역 근처 시장이나 주택가 골목에 있었어요. 무서워도 그게 나아요.” “가장 좋은 건 장애인 화장실이예요. 넓어서 박스 쫙 깔면 다리도 펼 수 있고, 문 잠그고 들어가면 안전하니까.” 흔히들 ‘노숙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역 대합실. 그러나 실제 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여성들은 역에서 찾아볼 수 없다. 남자들이 많은 곳은 구타와 성폭력, 심지어는 강간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 여성노숙인들의 이야기다. 때문에 이들이 꼽는 최적의 잠자리는 장애인 화장실.

사회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노숙인 보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 정부가 서둘러 긴급 보호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강간의 위협이나 임신, 출산, 육아, 부양의 책임을 진 여성노숙인에 대해서는 특화된 정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여성노숙인의 현실과 제도적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박찬숙 의원은 “여성 노숙인들을 만나 가장 놀란 것은 그들이 원하는 것이 옷이나 먹는 것이 아닌 ‘피임약’과 ‘생리대’였다”면서 “이들은 모성을 보호받지 못한 채 거리에서 무방비 상태로 임신이 되고 중절을 하고 애기를 낳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 부재를 질타하면서, 기업과 사회의 나눔을 호소했다.

여성노숙인을 보호하고 있는 열린여성센터 서정화 소장이 말하는 현실은 더욱 기가 막힌다.

서 소장은 “여성노숙인에 대한 성폭력은 강간수준에서 일어나지만 거리에서 생활한다는 사실 때문에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치료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피해여성들이 일정기간 방치되면서 고통이 장기화되고 자아존중감, 공격적성향, 자살기도 등이 나타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 쉼터 관계자는 “최소한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교회 등지를 돌면서 구제비를 받거나 절이나 교회 청소를 도와주고 얼마간 용돈을 벌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성 노숙인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성매매”라면서, “일명 ‘꽃꼬지’라 불리는 성매매는 여성의 동의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성폭행 후 남성들의 정당한 방패막이로 이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무방비 상태로 거리에 내몰려진 여성노숙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현재 정부는 전체 노숙인 4,537명(쉼터 3,445, 거리 1,092) 가운데 여성노숙인은 299명(쉼터 279, 거리 20명)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자신의 안전을 위해 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여성노숙인의 특성상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유추된다. 전체 104개의 노숙인 쉼터 중 여성,가족 쉼터는 11개소지만, 실제 여성들이 사용하는 여성전용상담보호센터는 전국적으로 서울역 부근의 1개소 뿐이다. 긴급 보호를 요하는 여성노숙인들에게는 장기적인 치료와 자활 등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쉼터’보다는 취침과 세탁이 가능한 ‘드롭인 센터’(Drop-in Center)가 적합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유지형 보건복지부 복지자원정책과장은 “복권기금 20억원을 지원, 서울역 부근에 신설 중인 상담보호 센터에 여성전용공간 마련하고, 현장 상담을 통해 여성노숙인들의 성폭력 위험을 경감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동을 동반한 여성 노숙인들의 경우 재활 및 자활이 가능하도록 임대주택 마련 등의 정책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감현주 기자 | 사진 노민규 기자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