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는 교육장’으로 전락한 존 스쿨

‘조는 교육장’으로 전락한 존 스쿨
[경항신문] 기사입력 2008-05-20 02:54

성 매수범에 대해 교육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해주는 존 스쿨 제도가 부실 운영되고 있다는 보도다. 존 스쿨의 교육현장을 취재해보니 강의시간에 꾸벅꾸벅 졸거나 휴대폰을 들고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 구석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 등 마치 옛날 예비군 교육장 같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성매매는 범죄다”라는 강사의 말에 피식 웃고, 점심시간에 “교육시키려 불렀으면 밥도 공짜로 줘야지”라고 말하는 등 교육생이 가져야 할 진지한 태도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존 스쿨은 2005년 5월 미국의 사례를 본떠 ‘선진국형’이라는 명분 아래 도입한 제도다. 성매수 초범에 한해 100만원가량의 벌금을 물리는 대신 하루 8시간 교육을 받도록 해 성매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그와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무엇보다 존 스쿨을 이수하는 인원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5년 2200여명에서 2006년 1만2000여명, 2007년 1만4000명으로 늘었고, 올 들어선 1~3월에만 6204명이다. 이는 성매수를 하다 적발되는 남성 자체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성 매수범들이 벌금 대신 존 스쿨을 선택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뜻도 된다. 성 매수범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워하기보다 “재수없이 걸렸으니 적당히 시간만 때우자”는 식의 안일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에게 판에 박힌 설문지를 주고 “교육은 유익했다”는 식의 형식적인 답을 이끌어내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존 스쿨이 유명무실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법무부 책임이다. 제도 시행 4년이 되도록 실효성 있는 교육프로그램조차 개발하지 못한 채 교육이수자 늘리기에만 급급해온 탓이다. 이제 8시간 교육으로 충분한지, 벌금형을 함께 부과할 필요는 없는지 법무부가 제도개선을 검토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