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여성들’ 유흥업소 등 유입

‘버려진 여성들’ 유흥업소 등 유입
기사입력 2008-05-12 10:36 |최종수정2008-05-12 11:46

[한겨레] 여섯중 한명 ‘이혼’ 신분불안

브로커에 속아 돈 떼이기도

국제결혼으로 국내에 들어온 결혼 이주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결혼생활에 실패해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다. 팜(가명)처럼 국내에서 다시 ‘돈 거래성’ 결혼을 하거나, 불안정한 체류 자격 때문에 유흥업소나 저임금 일자리를 구하기도 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2~2005년 한국인 남자-외국인 여자의 결혼 건수는 연평균 2만1751건이고, 2004~2007년 사이 이혼은 연평균 3467건이다. 평균 동거기간이 3.3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거칠게 계산해도 여섯 쌍 가운데 한 쌍이 헤어진 셈이다.

일단 이혼했다는 소문이 돌면, 이주여성에게는 “다시 한국인과 결혼시켜주겠다”고 접근하거나, 유흥업소 또는 저임금 일자리를 소개하겠다는 사람이 찾아온다. 최근엔 공장 등에서 불법체류자를 꺼리기 때문에 유흥업소 등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권미주 이주여성인권센터 팀장은 “지방의 안마시술소나 노래방에서 이주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이 결혼에 실패한 여성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혼 뒤 동두천 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한 러시아 결혼이주여성은 “러시아인 커뮤니티에서 일자리를 소개받았고, 클럽에서 만난 군인과 동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기지촌 여성 지원단체 두레방 관계자는 “이들이 클럽에서 일하다 성매매 피해를 입는 일도 있지만, 체류가 불안정해 다른 직장을 찾을 여유조차 없다”고 전했다.

결혼 이주여성에게 일자리와 숙식을 제공하며 수수료를 받는 ‘전문 브로커’도 있다. 지난 2월엔 남편과 이혼수속을 밟으며 쉼터에 머물던 한 캄보디아 여성이 ‘일자리를 주겠다’는 같은 국적 남성의 연락을 받고 사라졌다. 권미주 팀장은 “그 여성에게 전화를 했더니 처음엔 외국인 남성이 전화를 받다가 그 뒤로는 연락이 끊겨 브로커들에게 넘어간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 결혼중개업체의 관계자도 “이혼 뒤 공장에서 일하다 본국으로 돌아온 한 캄보디아 여성이 ‘매달 브로커에게 수수료와 숙식비조로 월급의 30%를 떼였다’고 고백했다”고 전했다.

한국염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한국 사회가 결혼이주여성을 마치 ‘상품’처럼 생각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런 반인권적인 사회적 인식 탓에 이혼한 결혼 이주여성들은 마치 재고 상품처럼 알선료가 붙어 다시 재혼 시장에 나오게 되거나 유흥업소로 보내진다는 게 한 대표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