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만도 못한 현대판 성노예"

"짐승만도 못한 현대판 성노예"
기사입력 2008-04-30 16:39

[노컷뉴스]대전 유천동 '집창촌' 탈출여성 충격 증언

"숨 쉬는 것조차 허락을 맡아야 했습니다. 동물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목숨을 연명해야 하는 곳이 바로 그 곳입니다."

대전시 중구 유천동 일대 속칭 '집장촌'에서 성매매를 하면서 업주들로부터 비인권적인 대우를 받아오다 견디지 못해 탈출한 2명의 여성이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대전여민회 부설 성매매여성 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손정아 소장에 따르면 유천동 집장촌은 올해 1월 성매매여성들의 숙소에서 불이 났지만 밖에서 문을 잠가 대피하지 못하는 등 선불금 및 감금·폭행 등의 인권유린이 심각한 곳으로 전국에서도 유명하다.

29일 본지 취재팀이 만난 김현정(34·가명) 씨와 송지혜(32·가명) 씨.

김 씨는 1990년대 말 선불금 800여 만원을 안고 집창촌에 들어왔으나 TV시청 불가, 휴대폰 소지 금지, 외출금지, 하루 한 끼 식사 등 모든 행동이 통제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손님접대, 업소주인 집의 설겆이, 세탁, 김장 등 노예나 다름 없는 생활을 해야 했으며, 이를 어기거나 주인에게 항의라도 하면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 김 씨는 "다이어트를 이유로 업소주인이 "굶겨"라고 한마디 하면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못 먹을 때가 많았다"면서 "언젠가는 업소주인한테 선물로 들어온 과일이 너무 먹고 싶어서 나눠 먹다가 짐승처럼 폭행을 당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20대 초반에 500여만 원에 팔려 집창촌에 들어 온 송 씨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화장실 환풍기 아래서 생라면을 몰래 먹거나 손님을 맞는 일명 '타임방'에서 물, 커피, 녹차로 배를 채워야만 했다.

손님 접대도 원칙이 있다. 술은 50분, 성매매는 15분. 시간이 넘어가면 구타나 벌금이 부과되고 다음날 정오까지 벽만 바라보고 서 있는 벌을 받아야 했다. 성매매 요금 10만 원 중 8만 원은 업소주인이 가져가고 나머지 2만 원마저도 벌금 또는 손님들 택시비로 나가면 이들 손에 들어오는 돈은 한 푼도 없고 오히려 빚만 산더미처럼 늘어난다.

송 씨는 "죽어라 일해서 선불금을 다 갚아도 놔 주질 않는다"며 "그만 두겠다고 하면 폭행은 물론이고 갑자기 '아직도 빚이 수백만 원 남았다'며 협박해 도망치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도 선불금을 다 갚고 더이상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했지만 주인은 '1년 만 더하라'고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다. 김 씨는 "병원에서 탈출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감시의 눈을 피해 수백m를 숨 한번 안 쉬고 내달렸다"면서 "집에 가도, 터미널에 가도 잡힐 것 같아 인적이 드문 곳을 전전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운이 좋은 경우이고 집창촌에서의 탈출은 쉬운 일은 아니다. 밖에서 문을 잠그는 것은 물론이고 단속이 있으면 비밀통로로 이동해 가둬 놓거나 '삼촌'이라 불리는 기도들이 항상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통해 들은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는 오도 가도 못하는 섬으로 보내버리거나 아예 성형수술을 시켜 해외로 팔아 버린다는 것이다.

김 씨와 송 씨는 "탈출 후 자유의 공기를 나 혼자만 포식하는 것 같아 아직도 그곳에 있는 친구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우리의 얘기를 통해 지자체나, 경찰, 시민들이 그곳 상황이 어떤지 제대로 알고 제발 구조해달라"고 부탁에 부탁을 거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