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은 과연 도덕주의인가?

오마이뉴스, 우먼타임즈 2004ㅡ10-20

[박인혜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성매매방지법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대체로 두 가지다. 성매매가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이라는 것과 법으로 성매매를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는 알선업자들과 성매매 여성들의 주장이고 후자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매매는 ‘필요악’이라고 주장한다. 성매매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는 사실 때문에 성매매는 근절할 수 없다는 생각이 뿌리 박혀 있는 것이다.

10월 13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홍사종씨의 글을 보면 성적 일탈은 인간의 본능이며, 개인의 문제에 법이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도덕주의와 만난 법은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고 끝맺고 있다.

나아가 홍사종씨는 성적 일탈의 본능을 막아서 살인, 강간, 마녀사냥이라는 중세 암흑기를 경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술 더 떠서 이날 아침에 열린 한국경제원 조찬포럼에서 좌승희 원장은 “도덕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인간의 성욕을 막는 인권을 침해하는 좌파적 정책”이라고 정치적 색깔까지 덧칠하면서 스스로 보수주의자임을 고백하고 있다.

성매매방지법은 ‘성’을 통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의 ‘매매’를 통제하자는 것이다. 인간의 성욕은 본능이지만 자율적 통제가 가능한 것이다. 성적 일탈, 즉 성매매는 더더욱 본능이 아니다.

사람의 성을 매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원칙이다. 만약 여성들이 남성의 성을 사고 집창촌에 가고 술 한잔 한 김에 남자와 2차를 가고 한다면 과연 지금처럼 말할 수 있을까? 그 동안 남성의 성은 전혀 통제하지 않은 반면 여성의 성은 완전 통제해 왔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 완전통제도 무너지고 있다. 여성들도 자신들의 성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남성들이 자신 있게 여성들의 성욕을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할지는 의문이다. 결국 본능으로서의 인간의 성욕은 남성들의 기득권일 뿐이다.

성에 대해서 좌파적 접근은 불가능하다. 다만 급진적 접근과 보수적 접근이 있을 뿐이다. 성에 대한 급진적인 접근은 도덕적인 성욕 억제가 아니라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은 성의 완전한 해방인 것이다.

법으로서 성매매를 근절할 수 없다고 한 홍사종씨의 지적은 옳다. 법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성매매뿐 아니라 절도, 살인, 폭력, 거짓말 등 우리 사회가 금지로 합의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이 법으로 근절되지 않는다.

법으로 성매매를 근절할 수 없다고 하는 생각은 사실 성매매를 없앨 필요를 못 느끼는, 성매매 문화를 유지시키고자 하는 강한 긍정의 표현이다.

“우리 사회의 만연한 풍조는 성을 사고 파는 개인들의 문제를 뛰어넘어 사회적으로 복잡한 요인을 지니고 있다.… 법 시행 이전에 성매매 종사자나 구매자에 대한 일자리 마련, 혹은 성윤리에 대한 건전한 사회교육이 선행됐어야 마땅하다”는 홍사종씨의 주장은 구구절절이 옳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하지 않았다. 왜? 법이 없었기 때문에! 아니 없앨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법은 성매매를 없애자는 최소한의 합의사항이다. 성매매 종사자에 대한 자활교육과 일자리 마련, 사회의 편견 불식 등과 구매자에 대한 철저하고 지속적인 법 집행이 없이 성매매방지법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제 사문화된 윤락행위방지법의 운명과 같이 될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 문제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진정한 생존은 무엇일까? 많은 증언과 자료, 사건과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성매매 여성들의 비참한 종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여성운동에서는 여성폭력 피해여성을 피해자라 하지 않고 폭력에서 살아남은 자, 폭력을 이겨낸 자라는 의미로 ‘생존자’라고 한다. 도덕과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개인들의 문제를 뛰어넘어 사회적으로 복잡한 요인”으로 인해 하는 수 없이 성매매를 하게 된 것이지 자발적으로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생존권 주장은 알선업자들이 그동안 성매매 여성들을 통해 착취하던 이득을 놓치지 않겠다는 발상일 뿐이다.

성매매방지법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성매매 여성들도 법이 정착되고 사회가 자신들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진정한 생존의 길을 선택할 것이라 믿는다.